우리나라는 1990년대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소득 불평등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그런 추세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다만 최근 2∼3년 동안에는 불평등 확대추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
소득분배구조를 결정하는 기본요인은 노동과 자본의 보유상태와 공급 및 시장여건 등이다. 시장에서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득 분배의 기본구조가 결정된다. 또한 정부의 각종 정책수단을 통해 소득 재분배가 일어난다. 재분배는 경제·사회적 삶의 위험요인을 축소·제거하면서 사회·경제적 후생을 증진시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소득재분배는 주로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있다. 조세·재정정책은 필연적으로 재분배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조세정책보다는 재정 지출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더 크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소득 재분배를 위한 주요 정책수단은 조세이고, 특히 소득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소득 재분배를 위해 소득세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조세론적 관점에서 보면 조세의 제1목적은 재정수입 확보이다. 부수적으로는 근로의욕·기업정신의 훼손 등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소득 불평등도를 축소시키거나 소득 분배구조에 악영향을 덜 미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아울러 조세정책의 성패에 대한 평가도 재분배의 관점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소득 분배격차의 확대는 경제적 요인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력이 미약한 은퇴가구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인구 구조의 변화도 소득 불평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인구고령화 현상은 향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사회·복지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더라도 소득 불평등도는 향후에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계층별 상대소득 격차의 변화를 들어 흔히 복지정책의 적정규모와 정책방향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상대소득 격차는 소득계층 사이의 소득격차를 얘기하는 것일 뿐 그것 자체가 정책적으로 보호·지원이 필요한 경제·사회적 약자의 존재나 경제력 부족의 심각성 등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득불평등도 자체보다는 경제·사회적으로 보호·지원이 필요한 빈곤층에 정책 타깃을 맞추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현실에서 접하는 소득불평등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연간 소득에 대한 것이다. 연간 소득격차는 구조적인 경제력 격차로 인한 소득불평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경제력 차이가 없더라도 생애 주기상 연령차이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불평등도 함께 포함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득 불평등을 논하기 위해서는 생애소득과 같은 장기소득의 불평등도 변화를 고찰해야만 한다. 필자가 최근에 연구한 바에 의하면, 장기 소득 불평등도는 연간 소득 불평등도의 약 절반 이하로 추정된다.
장기 소득 불평등도가 연간 소득 불평등도보다 낮다는 사실이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불필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단기소득의 변동 요인만을 기준으로 소득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복지정책을 수립하면 장기적으로 적정수준보다 과다하게 지출이 이뤄지게 될 개연성이 있다. 정부 재정구조의 건전성 확보는 복지정책을 포함한 제반 재정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므로, 단기적 요소 뿐만 아니라 장기 소득 불평등도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수단의 일환으로 조세정책, 그 가운데 특히 소득세와 재산세가 많이 거론된다. 소득세는 누진과세를 통해 그 자체로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에 재산세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불확실하다. 자산의 분배구조가 소득 분배구조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재산세가 매우 높은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실제적 사실과 상당히 괴리돼 있다. 소득 분포와 자산 분포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재산세 과세가 반드시 소득 재분배 효과 증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말해 소득 분배의 관점에서 볼 때 단기 소득 불평등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 소득 불평등도 반드시 고려해 적정 수준 정책규모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단적 측면에서 본다면 일반적 인식과 달리 조세정책보다는 재정 지출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득 재분배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재산세도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또한 자원배분의 왜곡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과도한 재산과세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재산과세의 경우 소득 재분배의 관점보다는 지역공공재·서비스에 대한 대가로서 재산세를 인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가 대체로 그러하다. 자산분배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수단도 보유과세보다는 자본이득과세나 세대간 이전 등과 관련된 세제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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