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근로소득세는 특별공제라고 하여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기부금 지출 등에 대해 일정한 한도와 비율을 둬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각기 소득공제의 목적이 다양하지만, 기능적으로는 근로소득자들에게 소득공제를 허용해 줌으로써 근로소득자들의 소득세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지닌다.
1990년대말 외환 및 경제위기 이후 소득분배 격차가 확대되면서 조세정책의 공과 평가 및 세제개편시마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최우선적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세목이나 과세대상 또는 공제제도마다 나름의 존재이유·도입 이유, 주된 기능과 역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소득재분배 효과라는 잣대만이 힘을 발휘하는 듯해 안타깝다. 그나마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논의도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적 상황에만 주목할 뿐, 자원 배분의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이차적인 간접효과나 생애에 걸친 장기적 분배 및 재분배 효과를 도외시하고 있어 올바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험료나 의료비, 교육비 등 근로소득세 특별공제로 인해 고소득층일수록 세경감 혜택이 더 크게 늘어난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들어 특별공제가 근로소득세 부담의 누진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세부담의 수직적 공평성 강화를 위해 특별공제를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연구도 종종 발표되곤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근로소득세는 과세기반과 저변이 상당히 취약하다. 2009년 현재 근로소득세의 과세자비율은 59.8%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우 과세자비율이 최소 70∼80% 또는 그 이상인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 근로소득세 부담 분포는 계층별로 고르지 못하고 지나치게 일부에 편중돼 있다. 즉, 과세자 비율은 60% 수준에 육박하지만 대부분의 세수는 소수의 최상위 고소득자들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나타난 과세실적 자료를 재구성해 보면 취상위 18%의 근로소득자가 근로소득세 총세수의 92.3%를 부담하고 있다. 역으로 이는 대다수의 근로소득자들이 면세되거나, 과세되더라도 세부담이 매우 낮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근로소득세 특별공제는 필연적으로 제한된 소수의 고소득 근로소득자에게 국한해 세경감 혜택이 부여된다. 이와 같은 근로소득세 부담 분포 구조에 기반해 학계에서는 각종 특별공제 항목의 축소 또는 폐지방안을 제안하곤 한다.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특별공제 항목의 기능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주된 목적이 아니다.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에 대한 소득세 과세차별의 완화 또는 특정 산업이나 사회적 비용 감축을 위한 안전장치의 구축, 국가의 기능에 대한 부분적 대체, 공공성·공익성 등의 목적이 소득재분배 기능에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의료비 특별공제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으로도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의료비 지출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차원에서 소득공제의 의미를 일부 부여할 수 있다. 또는 사업소득세나 법인세에서 보듯이 물적 자본에 대한 수선·유지·관리비를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것에 대응해, 인적자본의 유지·관리에 대한 비용공제적 성격으로서도 일부 그 기능을 해석할 수 있다.
교육비 특별공제는 물적자본 투자비용에 대응해 인적자본 축적에 대한 비용 공제적 성격의 소득공제항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인적자본의 경우에는 자본축적 시점과 공제시점 간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차가 존재해 본인의 인적자본 축정비용을 충분히 공제받지 못할 수 있다. 본인 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에 대한 교육비도 공제해 주는 것은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기부금의 경우에는 국가가 마땅히 담당해야 하지만 재정적 제약 등으로 인해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민간이 일부 재정부담을 대신해 주는 성격도 일부 지닌다. 따라서 정부의 비용을 절감해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공익·공공 목적의 성격을 지니는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허용해 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료 공제의 경우에도 보험 미가입시 예상되는 우발적 사회적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특별공제는 항목마다 나름대로의 존재 의미와 경제적 기능·역할이 강조된다. 다만 주된 기능과 역할이 소득재분배 효과와 괴리돼 있을 뿐이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매우 중요한 조세정책의 판단근거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특별공제의 경우 소득재분배 효과가 공제항목의 도입 목적에 우선하지 않는다.
근로소득세 특별공제는 소득재분배 측면보다는 공공성·공익성 등의 차원에서 재평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에 소득세제를 개편함에 있어서는 소득재분배 효과도 함께 고려하기는 하지만 소득재분배 효과의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즉, 소득재분배 효과를 부수적으로 참조해 제도 조정시 정책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소득재분배 효과를 정책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는다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특별공제 항목이나 한도 조정 등의 문제는 해당 공제항목의 특성 자체에 주목해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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