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책임이 과세당국에 치우치면 결과는 성실한 납세자의 세부담 증가와 권리침해로 나타난다. 과세당국과 납세자간에 입증책임을 공정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다.”
“세무조사과정에서 양자가 동등한 입장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많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과세관청이 납세자에 비해 주도권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국세청이 주관한 ‘새로운 10년, 국세행정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한 공정세정 포럼이 지난달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과세분쟁시 입증책임을 납세자에게 둘 수 있도록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개진된 의제다.
현행 신고납부제하에서는 성실신고 의무가 납세자에게 있음은 주지의 사실로, 과세관청 또한 납세자가 신고·납부한 세금에 대해 ‘성실’함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내역에 대한 분석과정을 통해 수많은 오류가 발견되고, 이를 근거로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현실적으론 ‘신고납부=성실’이라는 공식에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국세청 또한 이같은 현실에 근거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소득·거래내역에 대한 납세자의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등 과세권을 확립하고 공정세정의 기틀을 세운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법령으로 납세자 입증책임을 규정하기 보다는 국세청 고시 및 내부지침으로 운영하는 것이 납세자 권익보호차원에서 보다 효율적 일 성 싶다.
비록 ‘납세자 입증책임을 역외탈세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운영하겠다’는 국세청의 부연설명이 있었지만, 입증책임이 법령에 규정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한번 빗장을 열면 문은 언제라도 상황에 따라 크기를 달리하며 열렸던 사례를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납세자권리구제기구인 조세심판원의 경우 재산제세 조사과정에서 납세자에게 과도하게 입증책임을 전가해온 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과세관청에 입증책임을 강화토록 09년부터 시행중에 있다.
입증책임이 납세자권익과 직결된 문제임을 직시한 것이다.
한편으론 신고납부제도라는 현행 조세제도의 틀과 상충될 수도 있음에도, 이날 참석한 조세학자 대다수가 단순히 외국 사례만을 들어 납세자의 입증책임에 무게를 둔 점은 이번 포럼의 주관이 누구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