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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포퓰리즘과 재정규율

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예산은 3년을 주기로 편성되고 집행되며 결산검사가 이뤄진다. 올해는 2012년 예산을 편성하고 2011년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2010년 예산지출에 대한 결산검사가 이뤄졌다. 한해 중에서도 지금 7월 중순은 예산당국이 주무부처의 예산요구를 심의하고 조정하는 단계로 예산실이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이다. 102일까지는 국무회의를 마치고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올해는 예산당국이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고 재정규율을 준수하기에는 너무 힘든 환경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팽창했던 재정부문을 추스르는 것도 그렇고 내년 4월에 총선, 그리고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에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각 부문의 예산요구는 예년보다 그 강도가 훨씬 셀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새로 취임한 기획재정부 장관이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300명의 최정예 전사를 예로 들며 옥쇄의 마음가짐을 다짐하기까지 할까.

 

 여기에 취득세 인하로 인한 지방세 세수결함 2조원 가량을 국고보조금으로 메워줘야 하고 어떻게든 반값등록금 논쟁의 해법을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상급식에, 무상보육, 무상의료의 3무와 반값등록금 등 31반의 목소리도 사회안정망의 구축이라는 재정 본연의 역할을 감안하면 적절한 수준에서 반영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지난 주말 평창을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발표했을 때 삼수 끝에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기쁨보다도 향후 지역개발과 기반시설(SOC)을 위해 투자가 이뤄져야 할 재정부담으로 걱정이 앞섰다. 알펜시아를 가봤는가. 정말 잘 지어 놓은 훌륭한 시설이지만 너무도 손님이 없어 오히려 손님인 필자가 면구스럽기까지 했는 바 매일 이자부담만 1억원 수준이 소요되고 있다.

 

 포크배럴은 원래 특정지역주민에게 주어지는 선심성 예산으로 공공경제학에서는 재정규율을 확보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한 용어이다. 다수결 원칙에 의해 대안이 정해지는 의회의 의사결정이 의원들의 담합으로 나눠먹기식 예산 반영이 이뤄짐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용어를 기획재정부장관이 원용해, 전 국민의 세금으로 재원이 조달되는 만큼 복지지출요구증대에 맞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고 과다예산 요구에는 굳건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이것이 구설수가 되는 모양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예산과정 상의 포퓰리즘적 행태를 경계하겠다는 내용을 곡해하고 국회의원을 모욕했다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은 이렇다. 예산당국이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과 기금의 내년 총지출규모를 모아놓고 보니 총계가 3326천원에 달해 전년 대비 23.5조원이 늘어났고 증가율도 7.6%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증가율은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예산증가율 6.9%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총지출규모보다 78천억원이 많다. 각 부처의 예산요구액이 그대로 예산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에 편승해 내몫 챙기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데는 충분한 물증이다.

 

 우리는 이러한 미시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이미 지난 4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으로 늘어날 복지성 지출 내지는 조세감면을 확대하는 입법안 추진을 방지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23% 포인트 낮게 유지하고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입을 늘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도록 하는 원칙을 견지하기로 했다. 이미 이 때 기준으로 설정했던 경제성장률도 5%에서 4%대 중반으로 수정되고 있지 않은가. 초심을 잊지 말고 총액배분 자율편성의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을 촉구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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