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에 대한 최근의 논의를 보면서 몇가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는 요소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련된 이야기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말은 대학교육이 공공재이므로 국가에서 부담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교육이 공공재냐 사적 재화냐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대학교육을 받은 자들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잘 산다는 점에서는 사적 재화의 성격이 강하고 대학교육이 개인의 인성을 개발하고 지식을 축적시켜 사회와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혼재된 경우 개별 수요자는 사적 이익만 고려해 수요를 결정하므로 공적 이익이 적절히 고려되지 않아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적정한 양보다 수요가 적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공공재 이론의 기본적이 논리이다. 이 경우 국가에서 가격 보조 등 지원을 통해 수요를 확대하는 정책을 쓰게 된다. 그러나 사적 이익이 상당히 커서 사적 이익만을 고려한 개별 수요자의 수요가 공적 이익을 고려한 사회적 적정량보다 많을 경우에는 국가에서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현재의 대학진학률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후자에 가깝다. 지난 수십년간 대학교육이 매우 빠른 속도로 양적 팽창을 보일 때도 정부가 한 일은 민간에 대학 교육서비스를 비교적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뿐이다. 그 다음에는 사적인 수요와 이에 부응하는 민간부문의 공급 확대가 오늘날의 대중적인 대학교육체제를 생성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공재이므로 대학교육에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는다.
반값등록금을 지지하는 또다른 논리는 저소득층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별 수요자의 입장에서 교육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대수익과 비용이다. 기대수익이 비용보다 많으면 투자를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대수익이 많아도 당장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면 투자를 할 수 없다. 저소득층의 경우 자신은 물론 부모도 충분한 자금을 대기 어렵고 신용이 부족해 자금을 차입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기회균등이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인적자원의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등록금을 차입해 납부하고 졸업후 발생한 소득으로 분할상환하도록 하는 든든학자금 제도이다.
그런데 든든학자금의 활용도는 예상보다 낮은 반면 학생·학부모와 정치권의 등록금 인하 또는 국가 지원에 대한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고 자식을 취업후 등록금 때문에 진 빚을 갚아야 하는 '빚쟁이'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관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여당의 원내대표도 그런 취지로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그러한 논리가 타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키고 자녀는 나이든 부모를 봉양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입해 자녀를 교육시키는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떠한가? 지금 대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지금 자녀의 교육비를 부담하더라도 자신의 노후를 자녀에게 기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국가에서도 노인 복지를 확대하고, 개인들도 연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후 생활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요즘 학생 세대에 비해 학부모 세대는 대학엘 다니지 못한 사람이 과반을 넘는다. 그런 부모들이 세금을 납부해 자신의 자식도 아닌 모든 학생에게 무차별적으로 학비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학생들은 그걸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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