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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취재수첩]서까래 많다고 집 안 무너지나?

“종전부터 늘상 해오던 업무다. 유난을 떤다고 해서 시간마저 앞당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원칙아래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 결국 국세청은 과세기관이며 세무조사관 또한 국세기본법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

 

MB정부가 하반기 국정화두로 공정사회를 꺼낸 직후 정부 각 부처별로 소관업무에 속한 지원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또한 지난 3.31일 제 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를 통해 조세정의 구현이 곧 공정사회 구현임을 강조하며, 공정과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쏟아냈다.

 

이현동 국세청장도 각 지방청 순시를 통해 공정과세 추진현황을 점검한데 이어, 5.16일 열린 전국관서장회 회의에선 ‘공정과세 구현을 위한 국세공무원 실천결의문 선포식’까지 개최하는 등 공정과세에 대한 비장함마저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공정과세에 대한 결연함은 국세청 고위직들에게서 창포물 일듯 뚝뚝 배어나고 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일선으로 내려가면 썰렁하다 못해 시큰둥하다.

 

오래된 구들장의 윗목과 아랫목마냥 공정과세를 바라보는 고위직과 하위직간의 이같은 극명한 온도차는 조직의 령(令)이 ‘살아있느냐? 혹은 죽어있느냐?’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문제다.

 

이처럼 뜨뜻미지근한 일선 직원들의 분위기는 무엇보다 공정과세에 담긴 각종 방안들이 과거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듯 국세청 본연의 업무를 재차·재삼 강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이현동 국세청장 또한 지난 6개 지방청 순시에서 “국세청의 명제는 과거에도 그렇지만 현재도, 앞으로도 공평과세”라고 강조한 바 있다.

 

뒤집어 보면 지금의 공정과세 또한 공평과세의 연장선상이다보니, 일선 직원들 입장에선 그간의 세정업무를 마치 360° 방위각으로 보았을 때 얼마간이 노정(露呈)되었다는 느낌일 뿐이다.

 

그럼에도 출근부터 퇴근까지 공정과세로 시작해 끝을 맺다보니, 직원 삼삼오오가 모이면 ‘호들갑스럽다’는 지적과 함께, “기둥보다 서까래가 오히려 대접을 받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군중이 모이는 곳에 거짓말이 숨어있고, 말이 화려할수록 진의는 오히려 감춰지기 마련이다.

 

이현동 국세청장이 취임과 동시에 강조했던 ‘(세정)원칙’이 2만여 국세청 직원들과 전국의 납세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기 위해서라도 곁가지가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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