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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세법을 실체법과 절차법 체계로 개편하자

안창남 강남대 교수

 1. 우리나라 세법체계는 각 세목(稅目)마다 별도의 세법 전을 갖고 있는 이른바 1세목 1세법주의이다. 그리고 이들 세법의 공통적인 사항 및 절차적인 사항은 국세기본법에, 징수 및 조세범에 관련된 사항과 조세감면에 관한 사항은 각기 별도의 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은 기본적으로 살펴봐야 하고, 이외에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국세징수법과 조세범처벌법은 별도로 봐야 하며, 주민세 납부를 위해서 지방세기본법, 지방세법을 추가적으로 열어봐야 한다. , 소득세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6개 세법을 봐야 하는 것이다. 세법의 내용이 어려운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필요한 규정이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기가 어렵도록 우리나라 세법의 체계가 구성돼 있다.

 

 2. 왜 이토록 복잡하고 어렵게 세법체계가 구성돼 있을까? 일본의 세법체계가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정착된 것이 주된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실 국세징수법의 내용 중 일부는 일제시대의 '조선식민지 세법'의 내용이 자구 하나 틀림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납세자의 소득 구성이 단순했을 때에는 오히려 '1세목 1세법'의 체계가 납세자에게 주는 편리성도 있었을 것이다. , 국내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소득세법만을 열어보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 수입원의 다변화와 납세자보호규정의 강화 및 지능적인 탈세 방지를 위해 해당 규정이 복잡해져서, 이를 세법에 담아 넣다 보니, 이제는 전문가조차 관련 세법 규정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모르게 됐고, 이로 인해 납세자의 세법에 대한 만족도와 이해도가 떨어진 것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고 싶어도 세법의 내용을 알지 못해서 못내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3. 한편, 강학상 세법의 구성 체계를 논할 때 사용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세법전을 '실체법(Droit Materiel)''절차법(Droit Procedure)'으로 구별하는 것이 있다. 실체법이란 권리와 의무의 권리와 의무의 발생이나 소멸, 변동 또는 그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고, 절차법은 실체법에서 규정하는 내용의 행사나 이행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세금에 적용해 보면 납세의무의 성립, 확정, 소멸은 실체법 내용이고, 세무조사, 권리구제는 절차법의 내용이다). 이와 같은 예는 우리나라 민법과 민사소송법, 형법과 형사소송법, 현행 세법 중 조세범처벌법과 조세범 처벌절차법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4. 하여, 현행 우리나라 세법체계(지방세 포함)를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구별하고, 납세의무의 성립, 확정, 소멸 및 확장과 관련된 내용 및 세금감면사항은 '세금실체법'으로 재편하고, 세무조사, 납세자권리 보장, 징수 및 조세범처벌은 '세금절차법'에서 규정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럴 경우 납세자는 이런저런 세법을 다 찾아볼 필요가 없이, 세금실체법만 찾아보면 납세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절차적인 내용은 절차법만 보면 될 일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세법은 그 구성이 훨씬 간편해지고 납세자도 그 내용을 파악하기가 쉬울 것이며, 이에 따라 납세의무의 이행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5. 외국의 사례를 보면, 1982년부터 프랑스가 세법체계를 조세일반법과 조세절차법으로 재편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거의 타의에 의해 개편됐다는 점이다. 1970년대 후반에 프랑스에서 대규모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이 있었는데, 그 주된 원인은 당시 세법의 구성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납세자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으며, 막상 세금 추징이 시작되자 납세자의 세금저항권이 일게 됐다. 이를 해결하고자 '세법의 간편화'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구분해 재편됐던 것이다.

 

 6. 이렇게 세법을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구별한 뒤, 실체법의 구성은 소득관련 세제, 소비관련 세제, 재산관련 세제로 대별해 납세의무의 성립과 확정 등의 요건을 정하면 된다. 소득세 편에는 기존의 소득세법, 법인세법,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소득과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포함하면 되고, 소비세 편에서는 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등을 포함하며, 재산세 편에서는 상속과 증여, 지방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담으면 될 것이다. , 과세대상 소득을 산출하기 위해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왔다 갔다 할 것이 아니라, 한 조문 밑에 항을 달리해서 규정하면 될 것이다.

 

 7. 또한 절차법에서는 세무조사, 납세자 권리 보호, 쟁송규정, 징수규정, 조세법 처벌규정을 담으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각 세목 간에 중복해 규정된 내용(:질문검사권 등), 각 세목간 평가규정의 상이함, 용어의 정의규정 미비 및 중복규정 등이 자연스럽게 정비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각 개별세법에 규정될 내용(:인적회사 과세특례규정)이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경우의 정리와 아울러 각 세법에서 자체적으로 중복해 규정하고 있는 절차적인 내용도 절차법으로 옮겨서 정비를 하면, 우리나라 세법체계가, 적어도 외양으로는, 말끔하게 정비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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