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7.05. (토)

높은 법인세율은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해친다

곽태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돈을 쓸 데가 많아지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때 항상 손이 먼저 가는 곳이 법인세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을 때는 더 그렇다. 돈 잘 버는 대기업들에게 세금을 좀 더 내라고 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매우 정의로운 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대기업들도 대놓고 반발하기가 어렵다. 대중이 손뼉을 치는 이러한 정책을 펴겠다고 나팔을 부는 정치인들은 표를 더 많이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재정건전성에 도움을 주는 정책도 되지 못한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당장 법인세 수입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보고 재정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졸보기 눈을 가진 사람이다. 최근 세계적인 주요 연구기관에서 이뤄진 수많은 실증연구들은 법인세율을 높이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본시장의 규모가 작으면서 완전하게 개방된 경제의 경우 이러한 효과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자본의 순 유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경쟁국들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은 당장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게 할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의 유입과 투자의 확대로 오히려 법인세 베이스가 더 커지게 하여 법인세 수입이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OECD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빠르게 인하해 왔지만 GDP 대비 법인세 수입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효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투자 확대에 따른 성장의 촉진으로 법인세 이외의 다른 세금들이 훨씬 더 많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법인세를 당장 좀더 걷겠다고 세율을 올리면 성장의 둔화와 함께 다른 세금수입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높은 법인세율이 재정건전성을 해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다국적 기업들은 법정 법인세율이 낮은 곳으로 이익을 이전시키는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다국적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더라도 세율이 높으면 그 이익을 싱가포르나 대만같은 곳으로 이동시켜 그곳에서 법인세를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규제대상인 이전가격조작 등을 통해 이뤄지지만 행정당국이 이러한 행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높은 법인세율로 법인기업의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공평부담원칙의 구현도구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세의 공평한 부담은 가구 단위로 판단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법인세가 전적으로 주주들에게 귀착된다고 해도 개별주주들의 소득수준이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법인세를 통해서 '공평한' 부담의 원칙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목적을 비교적 정확하게 달성할 수 있는 세목은 개인소득세나 개인소비세 뿐이다. 법인세로 삼성전자의 대주주를 무겁게 과세하려고 하면 삼성전자의 개미주주도 똑같이 타격을 받지만 소득세는 소득이 많은 대주주만을 차별해서 무겁게 과세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법인세에 의한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생각하면 법인세율 인상이 서민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높은 법인세율이 성장을 둔화시키는 이유가 투자의 둔화 때문인데 특히 개방경제에서는 자본의 순유입 감소 때문에 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 경우 국내 일자리 감소와 이에 따른 임금하락 현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중저소득계층이 이러한 현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다.

 

 결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정책은 매우 단견적인 것이며 또하나의 포퓰리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말로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라면 정책의 결과에 대해 좀더 정직하고 사려 깊은 분석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