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이 영업수입, 정부보조금 등의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하지 못해 빚을 내 운영한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여기서 빚은 차입금을 의미하며 재무재표상 부채의 핵심부분집합이다. 부채의 증가는 자산의 증가에 따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부채의 증가만으로 재정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공공기관에 한해 살림의 결과인 현금차입에 주목하게 된다. 현금 차입금이 증가하게 되면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게 되고 특히 증가속도가 가파른 경우는 특단의 조치와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하면 27개의 공기업, 83개의 준정부기관 그리고 176개의 기타공공기관을 모두 포함한 2011년 현재 286개 기관을 말한다. 하지만 차입금은 주로 27개 공기업이 빌렸다. 전체의 73%에 달하는 51조5,976억원이 공기업의 차입금이다. 공기업 중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 석유공사와 수자원공사의 차입금이 눈에 띈다.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토지공사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 신도시택지사업, 국민임대주택사업 등에 들어가는 현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14조6,662억원을 차입했다. 한국전력도 2008년 이후 경제위기와 고유가 등에도 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손해를 메우느라 차입한 금액이 8조2,589억원에 달한다.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 석유공사가 6조5,732억원, 4대강 사업에 나선 수자원공사도 4조7,255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특히 공기업의 차입금 증가를 왜 정부가 우려하고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일까. 공기업은 정의상 전체 수입의 50% 이상을 자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공공기관으로 기업의 성격이 강하다. 다시 말해 사업 수행과 관련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공기업의 이사회이고 따라서 이에 수반되는 재정책임도 공기업의 몫이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자율과 책임의 논리를 우리 공기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정통계 작성기준이 국제기준과 차이가 있어 재정정책 수립과정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는 각종 재정통계의 국제 비교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부채통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국가채무통계 작성범위 및 포괄부채 항목이 국제기준에 비해 협소해 과소추계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준의 재정규모 산출을 위한 정부범위 설정에 있어서 공기업은 국제기준에서도 제외시키는 것이 맞다. 다만 문제는 이 때 공기업의 범위가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을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장성(market test)이며 법적 이용강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있어 선택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명확하지 않게 되면 의사결정에 있어서 자율성이 흔들리게 되고 따라서 책임의 문제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발생한다.
내년부터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들은 국회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주무부처가 아니라 공기업 자신이 주체가 돼 중장기 재무전망과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기관의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과제가 구분회계의 적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필두로 해서 정부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들은 모두 자체사업과 정부정책사업간 회계를 구분해서 재정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전력, 수도, 가스 등 공공기관의 서비스가격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요금의 통제는 소비자 선택의 왜곡을 초래해 과다소비 등 결국 국민후생관점에서 추가적인 부담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