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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취득세 인하와 지방자치

우명동 성신여대 교수

 정부는 지난 322'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9억원 이하 11주택의 취득세율을 현행 2%에서 1%, 9억원 초과 11주택 또는 다주택의 경우 4%에서 2%로 절반씩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일각에서는 취득세 인하로 인한 거래활성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과 취득세가 지방세라는 점을 들어 정부 방침에 반대의견을 개진해 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해 왔던 바, 이에 대해 정부는 410일 당정협의를 갖고 취득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부족분에 대해 중앙정부가 전액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렇게 지방정부로 하여금 지방세를 줄여주게 하고 그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민선 5기에까지 이른 지방자치시대에 지방세의 주요 세목 중의 하나로서 지방세 수입의 15% 전후 수준에 달하는 취득세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의 정책적 의지를 구상하고 집행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재정구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소위 자체재원주의가 아니라 일반재원주의를 취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결여돼 있으며, 그로 인해 지방재정 운영에서 효율성이 약화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주 지적돼 오고 있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이번 정책 구상은 그나마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재원마저 중앙정부의 단기적 정책에 좌우됨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지방분권 내지 재정분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러한 조치이후 지방정부가 세수 부족을 호소하자 그 부족분에 대해 공채 발행을 허용하고 그 공채는 전부 중앙정부가 인수하며 그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로 하여금 국가정책을 수용하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수 부족을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발상은 정부간 세원배분의 큰 틀에 대한 보완을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세수부족을 우려하는 지방정부의 호소에 임시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방안은 당장 세수 부족이 우려되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현상적으로만 보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라는 보다 큰 국가적 사안을 안정적이고 장기적 틀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임시적, 일시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방채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지방재정운영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차원에서 '지방채발행 총액한도제'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국가정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공채를 발행하도록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제도가 만들어진 역사적 취지를 중앙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임의화시키고 지방정부의 채무의존관행을 유발함으로써 다시 한번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악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와 같은 방침은 그동안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흔히 주장돼 온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 주장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그대로 온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에 이러한 주장이 제기됐던 것은 지나치게 거래세 비중이 높고 보유세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 재산세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 잡아 재산세의 고유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주장돼 온 것이다. 그런데 이미 보유세 부분이 상당 수준 완화돼 있는 상황에서 거래세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기존의 '거래세 인하보유세 인상' 주장과는 크게 배치되는 발상으로 보인다. 재산세 구조라는 차원에서는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인상이 하나의 틀로 재구상돼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자율세원구조를 확립시켜 줄 뿐만 아니라 소득세가 갖는 공평성 기능을 보완하는 재산세의 고유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접근으로 판단된다.

 

 주택경기도 활성화시키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기된 재원부족 문제도 해소해 주고자 하는 국가정책당국의 기술적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 단기적이고 기술적 고민에 치우쳐 분권기반 강화를 통한 우리 사회의 장기적 발전전망을 약화시키지는 않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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