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시즌이다. 정부는 올해 예년보다 부지런히 서둘러 평가단을 구성하고 워크숍을 실시해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현장실사가 시작됐다. 다음달 중순까지 실사가 이어진다. 평가 결과가 취합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기관평가는 임직원의 성과급으로 그리고 기관장평가는 기관장의 연임 또는 해임건의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 평가는 기관평가 100개, 기관장평가 96개, 상임감사평가 52개를 대상으로 하며 교수, 연구원, 공인회계사를 주축으로 하는 평가위원만 해도 169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경영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제정을 통해 그동안 체계적인 관리가 다소 미흡했던 정부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평가가 2004년부터 병행됐다. 2007년부터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분산됐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통합돼 오늘에 이른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제는 인센티브 상여금의 지급이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경우 S등급을 받게 되면 500%의 상여금을 지급하게 되고 반면에 E등급을 받게 되면 200%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뿐이 아니다. 기관장평가 결과는 CEO의 연임 또는 해임건의, 그리고 기관장 인센티브에 현격한 차등(공기업의 경우 200%∼0)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기를 쓰고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경영성과에 신경을 쓰게 되는 바 하나 하나의 평가지표가 기관의 순위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물론 평가지표를 타당하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지만 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평가부담의 적절성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이 제도를 운영하는 데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하면 이는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100여개가 넘은 공공기관이 자체 경영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평가위원들에게 설명하러 다니고 또한 현장실사에 임하는 비용을 평가순응비용(evaluation compliance cost)이라고 할 때 이를 적정수준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보수체계 개편, 성과관리시스템 강화, 노사관계 선진화, 기관 통폐합 및 기능조정, 인력조정(정원감축), 민영화 등의 과제를 6차례에 걸쳐 계획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의 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정부는 매년 선진화워크숍을 통해 우수사례를 확산하고 선진화 추진현황도 점검하고 있다. 자체적인 점검 결과 정원 감축, 통폐합 등 경영효율화를 추진해 구조조정 측면의 과제는 대부분 완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수체계 개편, 과도한 후생복리 축소, 불합리한 노사관계 선진화 등 프로그램 측면의 개혁도 병행 추진하고 있으나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는 바 이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경영평가시스템의 실효성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과연 어떠한 개선을 생각할 수 있을까. 필자는 기관의 상시운영이 공공기관 통합공시시스템에 탑재되고 이를 통해 계량평가를 대체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34개 항목에 달하는 정보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 system)에 담겨 있는 바 이 중 기관운영과 경영성과 및 주요사업 항목을 잘 정비하면 별도의 계량평가를 생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공시정보를 그대로 평가에 활용하는 데는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시점의 문제, 자료 신뢰성의 문제, 기관간 주요사업 표준화의 문제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이렇게 상시평가 형식으로 계량부분이 감당될 경우 평가단의 구성이나 기관의 평가 수임부담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다. OECD 선진국에서 우리의 정교한 평가시스템 그리고 실효성이 높은 인센티브시스템을 부러워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평가부담을 줄이면서 평가기제와 지표를 보다 단순화하고 타당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경주돼야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