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7.04. (금)

복지정책에 대한 기우

김유찬 홍익대 교수

 복지제도의 확충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거우나 정작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제안들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가나 학자들의 복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의견만이 무성하다. 무상복지라는 잘못 선택된 개념으로 인해 소모적인 논쟁만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제안에 따르면 급식, 보육, 의료의 세 가지 범주에 대해(무상의) 보편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제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인 연금은 언급하지 않았다.

 

 의료분야에서 복지 혜택의 확대는 꼭 필요하겠으나 그 재정수요를 감안할 때 무상으로 하겠다는 제안은 조금은 가볍게 꺼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 쪽에서 제안을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번 제안된 의견이라고 수정되지 말란 법은 없다. 구체성이 결여됐으면 구체화하고 실현하기에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다고 보여지면 제안을 좀 더 현실적인 것으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에서 복지에 대한 설계가 경제적 여건에도 적합하면서 대다수 국민들의 선호에 부응하도록 진화돼 가는 것이다.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적합한 복지제도의 설계를 위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무상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복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집중하고 있고 여론에 어느 정도 수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복지제도 확충에 대한 반대의 논리 중에는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해 향후 정부의 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답은 아니다.

 

 저출산이 우리나라에서 다른 OECD 국가들에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진전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사회적 불안정에 있다. 무서운 사교육비, 서민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주거비용, 젊은 부부들의 보육의 어려움, 의료와 노후에 대한 불안, 20대들의 구직난. 대한민국은 아이를 출산해 세상에 내보내기에 심히 불안스러운 사회이다. 이러한 추세로의 저출산은 향후 대한민국의 존속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다. 어느 정도의 시장 크기를 가지지 않으면 한 나라의 경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리하게 된다.

 

 이러한 저출산을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정에서 탈피하기 위해 사회안정망(복지) 확충이라는 대책이 제안되고 있는데 바로 고령화·저출산과 이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핑계로 복지제도의 확충을 미뤄야 한다고 하면 논리의 앞뒤가 바뀐 것이다.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복지제도의 확충을 문제로 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복지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주택시장에서는 부동산가격 상승을 방치해 주거비용을 올리고 노동시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한 결과로 복지수요를 천정부지로 올렸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미래의 복지수요를 줄이는 것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미 발생한 복지수요에 대하여는 재정건전성이라는 정책적 목표와 함께 저울질하면서 심각하게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복지는 다만 저소득층을 위하여 고소득층이 양보하는 분배의 문제인가? 경제학자라면 (후생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복지가 분배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험기피적 행태를 가지는 개인의 입장에서 출발하면 국가의 개입을 통한 사회보험의 증가는 사회후생을 증가시키는 파레토 개선에 해당한다.

 

 물론 사회복지의 수준은 적정해야 한다. 이 수준이 지나치면 효율성 측면에서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지 말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만 읽어 보면,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훨씬 낮은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심각한 저출산을 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종류도 다양한 각종 사회불안요인들과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동시대인들의 모습을 보면, 이 사회의 복지수준은 적정수준에서 한참 밑돈다는 것은 자명하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