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이슬람 금융에 대한 조세특례를 부여하고자 하는 '이슬람채권법(수쿠크sukuk법)'이 국회 논의의 장을 벗어나 종교의 마당에서까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세금의 잣대로 보면 그 쟁점은 아주 간단하다. 즉, 이슬람에서는 종교적인 이유(코란에서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음)로 인해, 이슬람 금융기관이 고객과의 거래를 대출 형식이 아닌 매매거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때 발생한 매매차익을 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논점과 관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금융거래 VS 실물거래 그리고 실질과세원칙
2. 은행고객이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이자를 주는 거래는 금융거래이고, 그 집을 은행이 먼저 사고 차후 내가 그 집을 되산다면 이는 매매거래가 된다. 되살 때 지급하는 형식은 일정기간의 임대료이든 아니면 일시적인 금전거래가 될 것이다. 물론 이슬람은행은 당초 취득가격에다가 일정한 이윤을 덧붙일 것이다.
3. 우리나라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세금 부과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 금융거래에서 실질은 무엇이고 형식은 무엇인가? 형식(form)은 분명 실물이 수반된 매매거래이다. 해당 물건의 소유관계가 분명하고 계약서상 매매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실질(substance)은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정부도 이와 같은 고민 때문에 금융거래로 보지 않고 실물거래로 보고, 이에 대한 감면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이해된다.
4. 그런데 국제금융위기 대비 및 자금조달 원천의 다변화 목적으로, 세금을 감면하려는 태도는 옹색하다. 그 이유는, 조세특례규정이 없어도, 이미 국내 기업이 이슬람 금융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금융에 대해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조세감면을 위해서는 이들의 금융거래와 실물거래차이 등에 대해 보다 깊은 연구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 효율 VS 차별 그리고 조세공평부담의 원칙
5. 경제적인 관점(효율)에서 보면, 이슬람 금융에 대한 조세감면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대출조건이 중장기에다가 조달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이를 이용할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절감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6. 그러나 만일 다른 금융도 이슬람 금융과 같은 거래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슬람은 종교관련 금융이기 때문에 조세감면을 해주고 다른 금융은 종교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해주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표면적인 금리는 낮다고 해도 기타 조건에 의해 낮은 금리가 보상되는 규정이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7. 한편, 조세 공평부담 원칙에서 본다면, 조세감면 규정은 되도록 없애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규정된 국제금융거래 이자소득(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에 대한 법인세 면제규정조차도 삭제하는 것이 조세 공평부담 원칙에서 보면 타당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서 감면규정을 추가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 정부의 감세기조로 인해 국가의 재정적자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는가.
□ 탈세 방지 VS 탈세 조장 그리고 차별과세금지 원칙
8.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보면 '해외 특수목적법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띤다. 내국법인이 이슬람 금융을 도입할 때 해외에다가 특수목적법인(paper company)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 관련 법의 규정상 국내에서 외화표시증권을 발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편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9. 그러나 론스타의 경우에서 보듯이, 외국법인의 해외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법인격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슬람 금융의 경우에는, 반대로, 정부가 이를 권장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일부의 우려처럼 지하자금이 이슬람 금융제도를 역이용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10. 정부의 설명을 보면, 영국 등 몇 개 국가에서 조세감면을 해주고 있으므로 우리도 해야 한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상한 논리 중의 하나가 "OECD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아무튼, 그 OECD회원국 중 대다수는 아직 이슬람 금융에 대해 조세감면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급하게 서두는 것일까? 무슨 이유가 있어서일까?
□ 역사 VS 종교 그리고 세금철학
11. 세금은 역사의 산물이고 정치의 결과물이다. 종교와 세금은 중세봉건시대를 지나오면서 그 애증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한 당사자들이다. 그러하므로 종교가 세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세금 액수의 문제보다 '그 너머'의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 역시 납세의무를 누구보다도 철저히 이행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2. 예를 들면, 이슬람 금융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슬람 율법을 강요할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을 사용하는 국적항공기 회사에 대해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말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슬람 금융의 활성화와 함께 이슬람 율법이 우리나라 사회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기독교의 우려는 이해가 된다. 왜냐면 세계역사 상당부분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말레이시아가 한국에서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지 아니하면 한국 기업에 대해 대출을 중단한다고 한다. 그 바닥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이다.
13.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헌법상 정교분리 조항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마당에 하위법인 세법 개정안의 법조문에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정부가 헌법을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역사에 대한 몰이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14. 세금은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세금의 태생이 정치, 역사, 종교, 문화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며 '이기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이타적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금에 대한 이해를, 단순하게, 기업의 경쟁력(돈)이 향상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세금철학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이슬람 금융에 대한 조세감면부여 논란은 이에 대한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납세자의 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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