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복지의 확대를 반기지 않을 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의견이 공개적으로 노출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복지를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며,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고 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그렇게 해서 가능한 만큼만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세금을 증가시키되 부자들에 대한 세금만 증가시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이 납부하는 보편적인 세금을 증가시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재정학자의 관점에서 이 세가지 방안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
첫번째 방안 즉,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고 지출의 조정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일단 새로 추가되는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을 설득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복지 확대 규모에 있어서는 상당히 제약적일 수밖에 없다. 지출의 상당부분이 경직성 경비로 돼 있는 공공지출을 줄여서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혜자의 범위나 혜택의 규모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분배의 관점에서 보면 좀 더 복잡하다. 특정사업을 축소해 복지를 확대한다면 그 사업의 수혜자로부터 복지 수혜자로 혜택이 옮겨가게 된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을 축소하고 특정 계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경우에 빈부간 재분배가 어떻게 될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공공지출을 전반적으로 축소한다면 그 비용 부담의 분포는 현행 세부담의 분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분배의 관점에서 보편적 과세를 통해 복지를 확대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복지의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를 구분해 부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경우에는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복지수요가 과다하게 표현될 수 있다. 만약 수혜자가 대다수이고 비용을 부담하는 자는 소수라면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복지수요가 그대로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계층간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으며,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복지 확대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세원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저소득층은 과다한 복지 혜택으로 인해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과다한 세부담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세부담을 회피하도록 하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보편적 과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편적 과세란 국민의 대다수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소수의 저소득층만 수혜를 받는 한편 대다수의 국민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비용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돼 복지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부각되는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대다수의 국민이 혜택을 받고 동시에 대다수의 국민이 비용을 분담한다면 비용과 혜택을 적절히 고려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빈부간 재분배보다는 일생 중에서 충분한 소득이 있는 시기에 세금을 납부하고 수입이 줄어 살기 어려운 시기에 혜택을 받는 일종의 보험으로 복지를 이해해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 지불의사와 혜택의 수준을 비교·검토해 적절한 수준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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