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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納稅者 表彰狀에 얽힌 事緣으로 본 文化意識

金冕圭 세무사

 정부는 매년 33일을 '조세의 날'로 정해 성실한 납세자에게 褒賞을 수여하고 있다. 이 날을 '납세자의 날'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납세자 중심의 날로 탈바꿈하기 위함이라고 하니 잘 생각한 것 같다. 올해에도 649명이 포상받을 납세자로 선정됐다고 하니 치하와 격려를 보낸다.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을지로세무서(법인세과)에 근무할 때이다. 그 무렵에는 매년 조세수입이 부족해 연말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업체에 가서 돈을 빌려다가 국고에 넣어 목표액을 채워서 보고하고 이듬해에 국고 수표를 발행해 상환해 주는 징세 관습이 있었다.

 

 그 때에 필자가 근무하던 세무서도 그러한 현상이 생겨서 자금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는 회사에서 모두 빌려왔지만 그래도 모자라서 마침내 아메리카은행 한국지점(BAO)에도 사정을 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필자더러 교섭을 벌여 보라는 것이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지점장에게 한국의 재정 형편을 설명하고 불가피한 사정을 말했더니 즉석에서 쾌히 승락을 해주면서 "얼마쯤 필요하십니까? 재정 형편이 그러하다면 협력을 해야지요" 그리고는 이어서 "그 대신 나도 한가지 부탁을 합시다. 우리 은행에 납세표창장을 한장 주시면 좋겠습니다"하고 제안을 해왔다. 필자는 서장도 아닌 직원 신분이지만 서장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생각으로 "예 그렇게 합시다. 표창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자 그 지점장은 "기왕에 표창장을 주시려면 세무서장표창장을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생각 밖의 주문에 필자가 물었다. "왜 청장이나 장관 아니면 대통령표창을 달라고 하지 않으십니까?" 그랬더니 "세무서장표창이 실질적인 성실납세자로 인정받는 것이지 그 윗자리에서 주는 표창장은 명예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표현을 바꾸면 세정을 직접 집행하는 세무서장표창이 진짜 표창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세무서장표창이라면 몇장이라도 줄 수 있는데!'하는 우리 나름의 생각을 하면서 세무서장표창장을 준 일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문화의식은 미국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옳고 합리적인지는 몰라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비슷한 얘기는 또 있다. 어떤 경영학 교수가 미국의 어느 회사 사장을 찾아 갔더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입구에 사장실이 있고 말석의 직원이 사무실 맨안에 자리잡고 있더라는 것이다.

 

 의아하여 왜 사장실이 문 앞자리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장을 찾아오는 손님이 제일 많으니 손님들이 저 안에까지 들어가려면 불편할까 봐 찾기 쉬운 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란다.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큰 회사의 사장실은 제일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에 몇번을 물어서 찾아가지 않는가? 어느 것이 더 경영 효율을 올릴 수 있을까?

 

 한가지 더 얘기하면 사장의 책상은 조그마한 것인데 직원들의 책상은 넓적하고 크기에 그 까닭을 물었더니 직원들은 일을 많이 하니까 책상위에 문서도 많이 올려 놓아야 돼서 넓은 책상을 마련해 주고 사장은 직원들이 작성해 온 문서에 결재만 하니 넓은 책상이 필요없어서 작은 책상을 쓴다고 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직원 책상은 조그맣고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책상이 커져서 부장, 전무, 사장이 되면 책상의 크기로 직위를 알아볼 수 있는 형편이다. 거꾸로 가는 문화의 한 단면이다.

 

 원고지의 餘白이 있으니 한가지 더 얘기하겠다. 좀 우스운 얘기다. 미국의 남성들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에는 손을 먼저 씻고 일을 본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면서 손을 씻는다. 미국 사람들의 생각은 화장실에서 인류의 미래를 손으로 쥐고 일을 봐야 하니까 손을 씻는 위생처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문화의식이라기보다는 과학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성()이라든가 성기(性器)라는 것을 추하다거나 부정(不淨)스러운 것으로 여겨오던 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서 추한 것을 만지고 나왔으니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의식이 하나의 화장실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거꾸로 가는 두가지 다른 문화현상을 보고 어느 쪽이 거꾸로 가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온 것이다. 문화의식이 옳은 방향으로 발전할 때에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트이는 것 아닐까?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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