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가 새롭게 부활된 이래 벌써 민선 5기 자치시대에 이르고 있다. 지방정부가 관할 지역 내 일의 종류와 그 내용을 지역사회 뜻을 수용해 스스로 정해서 운영해 나가는 시스템이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중앙정부가 행해오던 많은 일들이 지방으로 넘겨지고 있다. 지난 정부시절 많은 사회복지기능이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이양됐으며, 현 정부에 와서는 일자리창출 지원기능도 많은 부분 지방으로 넘겨지고 있다. 이렇게 정부 기능 중 보다 많은 기능이 지방으로 넘겨지고 있으며, 그러한 일은 지역사회 뜻을 반영해 지방정부가 수행해 나갈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지방정부에 주어진 일을 지방정부가 스스로 지역사회 의지를 담아 꾸려가기 위해서는 자율적 재원이 전제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 가장 근본이 '지방세'인 것이다. 그것은 자기 지역에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힘을 주고 그 재원으로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재정규율도 세우고, 재정책임성도 갖추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의 성과가 지방세징수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연결 고리가 없다면 지역발전의 재정적 계기가 주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중앙이 이전재원을 주면서 자율적으로 쓰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전재원의 비중이 높아서는 지역이 스스로를 개발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이 주어지기 어렵기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흔히 제기되는 경제력격차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편익 대응성이라든가 안정성, 보편성, 국지성 등 전통적인 지방세 요건에 충실한 세원은 재산에서 찾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발전과정에서 늘어나는 분권에 대한 욕구와 세계화나 지식정보사회화과정에서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방정부에 보다 많은 임무가 부여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기에는 재산과세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전통적인 지방세로서 재산과세에 머무르지 않고 세수신장성이 강한 소득이나 소비와 같은 보다 탄력적이고 신축적인 세원을 지방이 공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위와 같은 사회변화 추세에 부응해 2010년 그동안 재정분권의 중요성을 인식해 온 각 계의 요구가 부분적으로 수용돼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제도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재정분권이라는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 세원배분비율은 80 대 20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으로 지방세수 비중이 1% 정도 미미하게나마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행안부,보도자료, 2009.9.16).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최근 지방재정위기가 세간에 이슈가 되면서 자치능력을 우려하는 견해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덜 성숙된 자치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 이 정도의 자치재원을 주고 자치능력을 운운하는 것이 문제를 바로 보고 있는 것인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릇 사회는 분권과 세계화 추세 속에서 보다 많은 정부 기능이 지방의 자율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치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하면 자치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의 고양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원배분구조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제 막 시작된 지방소득·소비세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욱 보강돼 지방의 자주적 세원으로 자리잡아 자치능력의 제고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실질적 분권을 이뤄가는 주요한 제도적 기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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