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7.04. (금)

교육비 소득공제제도의 역진성

안종석(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세금에 대해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세금의 소득재분배 효과와 관련해 그런 경우가 많은데, 교육비 소득공제제도도 그 사례 중의 하나이다. 교육비 소득공제제도는 교육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비로 보아 과세소득에서 차감하고 교육비를 제외한 과세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필요경비를 공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제도가 아주 당연한 듯 보이고, 부자보다는 서민 가계에서 교육비가 특히 부담이 되므로 교육비를 과세표준에서 공제해 세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서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제를 통해 교육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낮춤으로써 교육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제도가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공제혜택이 역진적이라는 점이다. 교육비 소득공제는 국민이 지불한 교육비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돌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세율이 10%인 사람이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으면 세금이 20만원 줄어들게 되므로, 지불한 교육비 200만원 중 180만원만 직접 부담하고 20만원은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과 같게 된다. 
 그런데 납세자가 납부하는 소득세의 세율이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보조금의 규모가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에는 아예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며,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에도 소득수준에 따라 6∼35%의 한계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자는 공제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계세율이 6%인 납세자는 지불한 교육비의 6%를 보조금으로 받는다. 한계세율이 35%인 납세자는 지불한 교육비의 35%를 보조금으로 돌려받고 납세자가 직접 부담하는 부분은 65%가 된다. 동일한 비용을 지불한 경우에도 이와 같이 역진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만,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경우에는 역진성이 더 커진다. 자녀가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 다녀서 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경우, 대학 교육비 공제 혜택을 받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조세제도의 개편만으로는 앞서 언급한 교육비 소득공제제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역진성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금과 정부지출 정책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 교육비 소득공제를 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입 증대분을 교육 바우처제도 등을 통해 교육서비스 수요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이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다. 교육비 소득공제제도는 교육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낮춰 교육 수요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바우처제도의 경우에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세제도의 효과는 세제상 혜택을 받는 중·고소득계층에 집중되며, 교육 수요에 있어 가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에서 혜택이 더 큰데 비해 바우처제도는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게도 동등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는 세제개편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것은 세제를 정부지출 정책과 독립적으로 봐서는 안되며 양자를 통합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최고세율을 2% 포인트 인하하는 문제를 갖고 부자감세 논의가 뜨거웠는데, 명목세율의 누진성이나 역진성보다는 세금과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종합한 결과의 누진성·역진성이 더 중요한 문제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슈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중요한 이슈가 되겠지만, 적어도 세제개편안과 예산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국회에서 소득분배에 영향을 주는 세제와 정부지출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심도 있게 검토하면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