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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국방비와 복지비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

 연평도 피격사건 이후 국방비 증액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 중 한가지는 우리 군의 무장이 적에 대해서 압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압도적인 경제력 우위만을 생각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전력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어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내하고 있어서 그렇지, 정말 적을 혼내줘야 할 상황이 된다면 언제라도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지난 십여년의 기간 동안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는 주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꽤나 조직적인 교육 혹은 다양한 문화매체 등을 통한 선전으로 우리 국민들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정부는 국방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자리로 밀어냈고 심지어 국방의 의무 수행을 폄하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꾸준히 새로운 무기들을 개발해 배치함으로써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매우 강력한 무장을 하게 됐다. 물론 거기에다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갖춤으로써 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강성대국'의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평화, 대화, 협상 같은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면서 심지어 천안함 사건이나 이번 연평도 피격사건을 북한에 대해서 부드럽지 못한 보수정권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나 재래식 무장 강화가 대북 유화정책을 견지하던 기간 중에 이뤄졌고 그 당시에 '퍼줬던' 대북 지원이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북한의 무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나이브하거나 허구적인 것인지를 강력하게 반증한다.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국방비를 다시 늘려서 충분히 압도적인 방어력을 확보해 둬야 한다. 전쟁을 하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50년대에 주장하던 북진통일을 도모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북한정권과 같은 집단과 대화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무력에 있어서의 상당한 우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방예산 확충과 함께 국방부문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비리나 해이를 척결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국방 예산의 배분에 있어서도 부문 내의 집단이기주의를 배제한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른 배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분야의 쇄신과 국방분야의 R&D 강화 및 효율화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다음 세대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갖게 하기 위한 교육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애국심과 희생정신이라는 기본 덕목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교육 내용에서 사실상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같은 맥락에서 병역 면제가 인센티브로 사용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국위를 선양했다고 해도 병역의무는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자랑스럽고 신성한 것이어서 마땅히 완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국방비가 증액되면 다른 지출이 줄어 들거나 정부 수입이 늘어나야 한다. 지금 감세 철회 논쟁이 한창이지만 감세 철회를 갖고 중장기적인 재정 수요인 국방비 증액을 뒷받침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오히려 다른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급격히 팽창해 온 복지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복지 지출의 확대는 정치적으로는 항상 환영받는 일이지만 나중에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은 모두 국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후유증이 최소화되도록 하려면 새로운 복지 지출의 증대는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무료급식 등 이른바 보편적 복지는 그것이 공공재라고 한다면 공공재 중에서는 사치재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평도나 백령도 주민을 보호하고 우리의 아들딸들인 군인들이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서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데 소요되는 국방비는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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