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올해로 개청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통한 '관세행정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활용한 관세행정 알리기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국민들로부터 친숙하고 인기가 높은 공중파 방송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에 세관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8월29일 방영된 체험 삶의 현장에선 '달인'코너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인지도가 높은 김병만씨를 비롯한 3명의 개그맨이 참여해, 국내 최대 입국장인 인천공항세관의 숨가쁜 24시간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대한민국의 국경감시선을 책임지고 있는 관세청과 관세행정을 널리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러데, 이달 7일 윤영선 관세청장이 동일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사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을 서빙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관세행정 현장을 소개한 김병만씨의 출연이 있은 지 2개월여만에 관세행정 사령탑이 다시금 출연한 셈이다.
방영 4일후인 11월11일과 12일은 정부에서조차 국격을 높이는 축제라 이름 붙인 G20정상회의가 개최된 날로, 국경감시를 책임진 관세청은 혹시 모를 대테러물품 반입을 금지하기 위해 11월1일부터 전국 공항만 세관에 24시간 감시체제를 발령한 시점이다.
비록 방영에 앞서 10월 후반부에 현장 촬영과 스튜디오 촬영을 했다고 하나, 그 당시에도 전국 6개 본부세관에는 이미 24시간 감시체제가 가동된 때다.
국경 감시를 책임지고 있는 윤영선 관세청장이 G20 정상회의를 코 앞에 두고 예능프로에 출연해, 공직자의 임무가 아닌 기사식당에서 구슬땀을 흘린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행정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관세청장이 직접 출연했다"며 "'체험 삶의 현장'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사에서 방영일을 지정하는 탓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MB정부 들어 다수의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동일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례 또한 덧붙여 제시했다.
그러나 국경감시 비상상황을 앞두고 군·경(軍警) 사령탑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더라도 "국민과 친숙하기 위해서"라는 해명이 과연 통할지 의문이다.
윤 관세청장의 이번 예능프로그램 행보가 '친숙한 관세행정'에서 비롯된 점은 십분 이해가 가나, 시기의 적절함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