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물가연동세제의 도입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학계와 연구계, 정부 등에서 이와 관련한 전문가가 참석해 각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의 주제발표에서 제안된 물가연동세제의 도입 범위는 소득세와 담배 관련 개별소비세제 및 관련 부담금이었다.
소득세의 경우는 각종 소득공제액, 공제구간과 한도, 세율구간 등 일정금액으로 표시돼 있는 부분을 물가지수에 연동시킴으로써 실질소득이 변하지 않았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해 초래되는 증세효과를 중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기본취지였다. 이와 반대로 담배관련 소비세의 경우에는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래 관련세목의 세율이 일정하게 고정돼 있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한 만큼 반비례해 세부담의 실질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담배소비가 계속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만약 현재 시점에서 관련세제를 정비하지 않으면 장차 청소년 흡연이 늘어나면서 흡연율과 담배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주장에 필자도 100% 동감한다. 다만 몇가지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추가적으로 물가연동세제의 도입문제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물가연동세제의 도입이 필요한 부분은 물가변동에 따라 세부담의 실질가치가 영향을 받아 세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증세 또는 감세 효과가 나타남으로써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초래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취지라면 소득세와 담배관련 소비세 외에도 재산세, 자동차세, 법인세 등 대부분의 세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재산세의 경우가 가장 부작용이 심했다. 최근에는 지가와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 그런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재산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기억이 생생하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일반물가상승률에 해당되는 부분은 실질가치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조세의 중립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 초과분에 대해서만 누진과세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재산세의 경우 과세기준금액이나 세율구간이 한번 결정되면 오랫동안 고정돼 부동산 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상승할 경우에도 세금을 인상한 것 같은 증세효과를 나타내었다. 그러므로 재산세의 경우에도 물가연동제의 도입이 긴요하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유사하다. 과표 2억원을 경계로 높은 세율과 낮은 세율이 차등적으로 과세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인세의 경우에는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견해도 많다. 필자의 개인적 소견으로는 법인세의 경우에는 물가연동세제의 도입이 긴급하거나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세는 '배기량 1㏄당 얼마'라는 식으로 세율구조가 결정돼 있다. 물가가 상승할수록 자동차세 부담의 실질가치는 하락한다. 조세중립적 개편이 필요하다면 자동차세의 세율을 물가에 연동하여 조정해 줘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세의 경우에는 그동안 보유세로서의 세금비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비중을 낮추는 대신 운용과세의 비중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록 자동차세의 개편이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았지만 물가상승의 덕분으로 보유과세 비중이 서서히 낮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자동차세의 경우에는 굳이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담배소비세의 경우에는 흡연자들을 중심으로 한 '흡연권 보장' 주장과 비흡연자 및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담배소비 억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담배관련 세제의 개편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담배관련 세제의 경우에도 물가연동세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청소년 흡연문제와 흡연율 억제의 필요성·긴급성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담배관련 세율수준을 물가에 연동시키기 보다는 정책효과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물가연동세율+정책세율'의 이중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담배세제에 물가연동세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담배소비 억제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담배가격의 실질가치를 물가수준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줄 뿐이므로 담배소비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의미이다. 다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실질소득이 증가하면 소득효과로 인해 담배소비가 서서히 순증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세율의 연동지수는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경제성장률까지 합산한 지수가 보다 적정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 의미에서 담배소비 억제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연동세율 체계에 추가해 +α의 세율조정이 요구된다. 영국을 포함해 흡연 억제에 성공한 선진국들에서 많이 사용한 방법으로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에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방향으로의 개편이 요청된다.
담배소비 억제는 기존 흡연자들의 금연 또는 담배소비 감소보다는 청소년 흡연 억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세대가 바뀌면서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정석이다. 기성세대에게 부담이 좀 더 가더라도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무익한 흡연을 억제하기 위해 이제 우리가 결단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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