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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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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변호사 "권력과 법조인은 부끄럽지 않았는가"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사람의 '회고와 반성문'

조세전문 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김기섭 변호사가 회고록을 발간, 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법치, 그 길을 묻다'라고 이름지어 진 회고록은 필자가 오랬동안 법조인으로 살면서 체험하고 느낀 점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김기섭 변호사는 이 회고록에 대해 '한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회고이자 반성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과 고쳐야할 점, 법조계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하는 한편,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후배와 동료들에게 조고조곤 들려 주고 싶은 욕심에서 집필하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의 겸손한 변(辯)과는 달리 사계에서는 회고록에 대해 예사롭지 않은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가 걸어온 법조인 생활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뿐 아니라 '소신판결' '예리한 법 해석' 등 '법조인의 양심'을 대변하는 법조생활을 해온 특별한 이력과 경륜 때문이기도 하다. 

 

김기섭 변호사는 책에서 "'백서조차 남지 않은 IMF 공적자금' '한보사건과 언론사 탈세논란' '삼성SDS 사건' 등 특혜와 변칙으로 얼룩진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 뒤에는 경제적 논리에 춤춰온 권력과 기업이 있었다" 면서, "원칙이 실종 된 한국사회에서 법조인과 법조계는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권력과 법조인은 부끄럽지 않았는가"라고 준엄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또 '법조문에 갇혀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한국의 법 현실과 전관예우, 검사 스폰서 사건 등 사법개혁의 본질을 진단'하고, '로스쿨 제도와 법률시장 개방의 허실, 미래의 법조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등을 냉철한 시각으로 진단하고 있다.  

 

'내 선친도 변호사로서 정치를 했지만 50세가 넘으면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시곤 했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국가에 봉사할 일이 많다는 것이 그 분의 생각이었기에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판사로 일할때는 소위 민주화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박정희 앞잡이라는 욕을 먹고, 변호사시절에는 김근태 고문사건으로 재판부를 찾은 미국서기관을 위해 동시통역을 해 주었다는 이유로 민주화 운동을 도왔다고 비난을 받았다'고 회고 했다.

 

그는 이어 '나는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나 나름대로 변명도 하고 싶고, 한국사회 지식인의 고충도 털어 놓고 싶었다'고 회고록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김기섭 변호사는 상식이 통하는 법치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온 동지다. 그는 법의 공평한 적용과 조세정책의 균형이라는 주제를 안고 평생 씨름 해 왔다. 우리사회가 이만큼이나 자리 잡게 된 것은 그와 같은 지사(志士)들의 끝없는 자기부정과 성찰의 노력 덕분이라고 믿는다"면서 "이 책이 한국의 법 현실을 개선하고 사법개혁이라는 대명제를 향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섭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동 사범대학원을 졸업하고, 인천지법 및 서울지법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원을 졸업한 후 펜실베이니아 주와 뉴욕 주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고 한국에서 변호사와 조세심판관으로 활동했다.

 

오랜 세월을 조세심판원 심판관으로 일하는 동안 심판관회의 때 마다 납세자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의견을 내 '납세자 대변인'이라는 닉네임이 붇을 정도로 조세법의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조세전문변호사로 통한다. 

 

또 22년간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한편 서울시 고문변호사를 거쳐 현재 내외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저서인 '소득재분배와 국세' 국제조세' 등은 법조계 뿐 아니라 학계 및 입법·행정기관에서 '교과서'로 통할 정도로 인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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