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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공기업의 경제적 기여와 지배구조

박정수 교수(梨大)

 일간지 기자들 입장에서 기사거리가 부족할 때면 공기업 관련 기사를 작성하곤 한다고 한다. 보수, 복지, 부채, 노사관계, 내·외부 감사, CEO 및 사외이사 인사 등 어떠한 분야를 다루더라도 주목받는 기사를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나. 어찌됐든 공기업 하면 국민대중과 언론에서는 방만경영과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 낙하산 인사와 정치적 임용, 일은 별로 안하면서 연봉은 상대적으로 높고, 그러면서도 신분이 지극히 안정적인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공기업의 존재의 이유와 경제적 기여를 곰곰히 따져보도록 하자.
 과연 공기업의 국민경제적 기여도라고 할 때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공기업은 일반적으로 공공재·공공서비스, 국가기간재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한다. 자연독점적 폐해를 방지하거나 완화하며 소비자후생(소비자 잉여) 증대에 기여하고 산업지원을 하기도 하며, 저렴한 전력·수자원 공급 등 타산업 경쟁력(생산자 잉여)을 강화하기도 한다. 민간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고위험 신사업·투자나 고용·복지·부가가치 창출·자본축적 등의 목적에도 기여한다. 공기업은 공공성과 공익성에 기반한 외부 파급효과가 주된 목적이고, 수익성 등은 장기적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시장성·건전성 등을 함께 추구한다. 따라서 공기업의 성과 평가는 소비자후생 증진, 타부문 생산성(생산자잉여) 증대 등의 외부파급효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고용 및 부가가치 기여도 등에 대한 평가가 바람직한바 부문별·기관별로 내부적 부가가치보다 외부적 파급효과 확산이 더 중요한 경우에는 양자를 구분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적으로도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공기업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바 나라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공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이 GDP의 30%, 베트남의 경우는 38% 수준이며 태국 25%, 싱가포르도 15% 수준에 이른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에너지, 항공, 철도교통 등 네트워크산업, 전력, 가스, 수자원, 자연자원 추출, 통신 등 산업에서는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며 2008년 기준으로 23개 공기업의 부가가치는 GDP의 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이 설립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주인없는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제대로 설계하고 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공기업 소유권 정책에 대한 공식적 의견을 모으는 일에 열심이다. 국가소유권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개발하고 공기업의 이사회 임명 및 평가절차 개선에 대한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확산하고자 하고 있다. 민영화 만능주의 또는 민영화 무용론의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민영화의 편익이 높은 사례가 지니는 특성과 과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정부도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내년 5월에는 제6차 아시아네트워크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이 기회를 우리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개선과제를 다시 한번 추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 26년간 시행해 온 공기업 평가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핵심성과지표 중심의 효과적인 평가시스템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자율성과 책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좇아야 하는 지난한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공기업들이 국민 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성과를 시현하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유주체인 국민을 대신한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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