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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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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제]'세원투명성 제고'-'대리인이 납세자조사' 충돌

'세무검증제' 찬·반 논란 증폭

정부가 내년에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세무검증제도에 대해 "전문자격사인 세무사의 공익성 제고를 매개로 세원투명성 및 세원관리 강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세무대리와 세무검증 업무의 충돌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세무검증제도는 세무검증 대상 사업자가 세무사에게 장부기장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검증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현재 세무사는 사업자의 기장, 세무조정 및 신고 등을 대리하고 있으나, 별도로 수입금액 누락 및 가공 경비 계상 여부 등은 검증하지 않고 있다.

 

정부, 소득탈루 방지위해 세무검증제 도입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10년 세법개정의 주요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사업자의 소득탈루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소득탈루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 대책차원에서 세무검증제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과세자 비율은 2003년 43.1%, 2004년 42.1%, 2005년 42.7%, 2006년 48.4%, 2007년 50.0%, 2008년 53.5%로, 소득파악률을 보면 미국은 85%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0~7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현금수입업종, 전문직사업자 등의 소득 탈루 및 가공 비용계상을 통한 탈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소득탈루율을 보면, 현금수입업종 46.7%, 전문직 26.5%, 기타 업종 44.6%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만큼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세무조사 인력부족 등 한계로 인해 단기간에 세원 관리를 강화하기 어려운 만큼 세무사 등을 통해 세원관리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사업자 신고인원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세무조사인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세무조사를 통한 성실신고 담보기능이 상당히 약화된 상황이라는 점도 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세무검증제 도입을 통해 국가에서 인증한 공인자격사인 세무사의 직무를 단순한 세무대리인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세무검증을 하게 하도록 권리와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전문자격사인 세무사의 공익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무검증제 도입 재검토해야'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세무사의 입장에서는 고소득전문직 고객관리를 통한 영업이익 증대와 부실 세무검증으로 인한 징계위험 가능성 사이에서 세무사의 업무량과 책임만 늘어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정부안에는 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세무검증제도가 세무사 관리·감독 강화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더욱이 의사협회, 변호사협회 등 세무검증제 해당 업종에서는 세수확대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특정업종을 임의로 선정해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안은 세무검증 적용대상을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 업종을 영위하는 사업자 중 직전과세기간 수입금액이 5억원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시행성과를 봐가며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 업종은 변호사·회계사 등 사업서비스업, 병원·의원·한의사·수의사 등 보건업, 학원·골프장·장례식장·예식장·부동산중개업·유흥주점·산후조리원 등 기타업종 등이다.

 

그런 만큼 법인사업자와 모든 개인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거나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하는 것이 형평성 원칙에 부합한다는 게 세무검증제 해당 업종에 있는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특정 직업군의 개인사업자에게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기장세액공제 배제, 탈세신고제도 외에 세무검증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과세관청의 징세비용 측면에서도 세무검증제도가 정착되기까지 해당사업자가 세무검증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세무사의 세무검증이 정확한지, 세무사와 납세자간 결탁은 없는 지 등에 대한 관리감독업무를 수행해야 함으로 징세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과세표준신고서와 세무검증확인서를 모두 제출해야 하는 2중부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신고납부 방식이 원칙인 세목의 경우 사전세무검증제도의 도입으로 사실상 부과징수방식으로 변경되는 것이므로 국세기본법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원칙'에 배치될 수 있다.

 

'세무검증제, 세무대리와 세무검증 업무 충돌'

 

더욱이 국가에 부여된 세무조사권을 사인(私人)에게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어 민간 위탁의 기본원칙을 규정하는 '정부조직법'에 반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에서는 정부권한의 민간위탁에 대해 '행정기관은 그 소관사무 중 조사·검사·검정·관리 업무 등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공익수탁사인'으로서 민간위탁을 받는 것은 사실상 국가권력적인 침익(侵益)적 행정을 사인에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정책적으로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납세자의 대리인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옹호해야 할 세무사로 하여금 사실상 침익적 행정행위인 세무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상의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 세무사가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하면서 세무검증업무도 수행하는 경우, 조정업무가 검증업무에 포섭돼 세무조정제도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제도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검증비용을 사업자와 세무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어 고객관리차원의 세무검증업무는 서비스항목 정도로 비중이 낮아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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