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통일세도 조세의 일종인 만큼 조세 일반이 지니는 원칙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릇 좋은 조세란 특정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반영할 것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통일세도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과 통일을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통일이라는 주요한 가치를 실현시키고자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그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부응하는 가치가 소중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조세'인 한, 그 조세에는 납세자들의 의사가 분명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A. Smith도 이것을 '명확성의 원칙'이라 해 납부시기, 방법, 금액 등이 모두 납세자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분명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이 원칙은 "조세에서 특히 중요한 사항으로서 상당한 정도의 불평등도 조그마한 불확실성에 비하면 결코 지나친 피해가 아니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까지 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을 통일세 논의와 관련해 보면, 통일세 도입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두루 아우르는 노력이 전제돼야 함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남한 주민이나 남한사회의 통일에 대한 의지나 부담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인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통일은 상대가 있는 복잡한 과정인 만큼 북한 주민이나 북한사회의 의지나 능력도 더불어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통일세 논의는 공론으로 끝날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적지 않은 논자들이 남북의 소득격차가 커서 북한지역 경제력을 남한지역과 유사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그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단순히 지역소득수준과 같은 양적 기준으로 지역들을 균형시키려는 것은 일시적으로 큰 재원이 소요될 뿐 아니라, 나아가 아무리 그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일방적 의지가 우선되는 지역개발정책이 추진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러한 중앙정부 주도의 지역개발정책은 지역사회가 갖는 제반 특성을 활성화하는데 실패해 궁극적으로 양적인 균형을 이뤄내는데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보다 경험적 사실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 남북한 각 지역의 발전을 통해 전체 통일 한국의 경제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지역이 자신의 인적·자연적·산업적 정체성을 갖고 그 지역에서 생활과 산업활동의 틀을 갖춰가는 것이 긴요하다. 이렇게 볼 때, 먼저 통일 이전에 상대적으로 지역 격차가 크지 않은 남한 내에서 지역특성 활성화와 연계된 정부간 재정관계 틀을 재정비해 운영하고, 통일되는 경우 그 틀을 일부 수정해 확대운영하면 각 지역이 갖는 제반 특성의 연결고리가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도로, 전력, 항만, 의무교육기관과 같은 전국적인 사회간접자본, 표준적인 사회서비스 등은 중앙정부가 공급하고, 구체적으로 각 지역의 특성을 활성화하는 과정에는 그것을 조건부로 국가가 재정이전을 통해 지원하는 정부간 재정관계 틀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을 전제로 하면 그 과정에도 재정이전 수준과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추가재원이 소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틀의 운영은 통일에 수반되는 과다한 일시적 부담을 제도운영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분산시키면서, 점진적으로 그러나 자연스럽게 북한사회를 변화시켜가면서 궁극적으로 남과 북 전체로서 통일된 국가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무릇 통일세 논의는 남북한 주민이나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전제로 해서 논의돼야 할 것이며, 나아가 통일이후 단순한 경제력 평준화보다 지역특성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남북통합뿐 아니라 부담 면에서도 연착륙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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