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이 나왔고, 짬뽕이 나왔다. 이젠 우동만 남았다."
여느 중화요리집에서 들을 법한 이 말은, 다름 아닌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성조 기획재정위원장이 씁쓸하게 내뱉은 말이다.
국정감사 도중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답변이 기대에 못 미치자, 의원들 저마다 질책성 언사를 날리는 와중, 이종걸 의원이 "이런 자장면 같은 경우가 있나?"라고 항의하자 국감장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뒤를 이어 김혜성 의원은 "앞서 자장면이 나왔는데 이런 짬뽕같은 일이 있나?"라며 조 서울청장의 답변자세를 지적했으나 국감이 너무 희화화될 것을 우려한 것인지 곧바로 "이 말은 취소하겠다"고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번 쏟은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듯 이날 국감에서 두 의원이 내뱉은 '자장면과 짬뽕 국감'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조홍희 서울청장 또한 의원들로부터 이같은 막말을 듣고 난 후 국감 휴정시간에 "살다 살다 자장면이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본다"며 씁쓸해 했다.
1년에 한번이라는 일회성 행사로 전락해 가는 국정감사가 존치의 명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감위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수감기관들의 '우선 이 자리를 모면하고 보자'는 회피성 심리가 여전한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날 서울·중부청 합동감사에서 터져 나온 의원들의 함의없는 불평과 불만은 국정감사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엔 '품격 높은 국정감사를 지향해야 할 국감위원 스스로가 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했다.
국정감사가 도입된 이래 '성실한 자료 제출 및 답변자세'가 항상 도마에 올랐던 국세청 국정감사는 이젠 수감의지를 탓하는 것이 아예 관행으로 굳어진 듯 하다.
성실한 수감에 나서지 않는 국세청의 모습은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매년 똑같이 국정감사장에서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탓하며 막말하는 국감위원 또한 별반 나아진 것 없는 국정감사의 오늘이다.
창과 방패로 대변되는 국정감사가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막싸움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감위원들의 품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