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대상 업체에게 그림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안 전 국장은 끝내 눈물을 흘리며 무죄임을 강조했다.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안 전 국장은 "지인들에 대한 걱정은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변질되고 마치 짜 놓은 각본에 맞춘 듯 허위 증언이 나왔다"며 "무엇보다 문제는 자신에 대한 사퇴 종용을 넘어 민간인에게까지 허위진술을 하도록 압박한 정부당국(국세청)의 믿을 수 없는 행태"라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국장이 부인 홍 모씨와 함께 국세청 공무원 신분을 이용해 차용한 금액이 50억원 상당에 이른다"며 구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대구 S플라자 서모 대표의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수임료 중 1억원을 현금으로 취득하고, 부인 홍 씨가 서 대표에게 3억원을 빌리는 등 안 전 국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금전을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법상 부부별산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공무원의 뇌물죄를 보다 폭 넓게 적용해야 한다"며 "피고인(안원구 전 국장)이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상호주소를 (세무조사 대상 업체에) 알려 줘 찾아가게 했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득했다면 사회통념상 뇌물수수죄로 처벌해야 한다" 역설했다.
안 전 국장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서모 대표에게 차용한 돈은 안 갚아도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5% 이율로 오는 2011년까지 변제기한으로 2번의 차용증을 쓴 바 있다"고 해명했다.
임 모 세무사로부터 1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임모 세무사가 1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3월 말에서 4월 초는 프랑스에 출장을 간 시기"라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그러나 "B건설의 거액의 상속세 면탈과 관련해 조언한 안 전 국장은 사실상 공범으로 봐야 한다"며 "S안경수입업체 이모 대표가 재테크 수단으로 40점의 미술품을 6억7천여만원에 구입했다고 했는데 이후 1점도 매각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청탁을 위한 구입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검찰에서 증인들의 부실한 증언에만 의존할 뿐 유죄를 증명할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 전 국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업체 관계자 등과 세무공무원들의 증언이 구체적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무당국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진술이라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서 안 전 국장이 직무관련 대가성 요구를 했는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반복적·영업적 행태로 이익을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비약적 판단"이라며 "대구 S플라자 서모 대표에게 빌렸다는 3억원에 대한 부분도 부인 홍 모씨가 차용증을 쓰고 빌린 금액이고 이를 통해 세무조사에 도움을 준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등 문제가 있는데 이들이 세무당국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했을 충분한 동기가 있을 것"이라며 "안 전 국장에 대해 증언을 한 금품 제공자들과 세무공무원들이 여러 범죄사실에 얽혔음에도 별다른 제재조치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의 사퇴압박과 관련해 변호인 측은 "국세청에 사퇴압력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말하라고 항의하자 '안 전 국장이 전 정부 사람으로서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람으로 분류돼 그랬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하지만 사퇴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해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 측은 "수사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다"며 재판부에 발언 중지를 요구했다.
한편, 항소심 최종 선고공판은 오는 10월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