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청의 A주무관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시간제근무를 이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승진과 보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선뜻 시간제근무를 신청할 수 없었지만, 최근 시간제 근무를 신청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련법령이 개정된 것을 알고는 시간제근무를 신청하게 됐다.
A주무관은 "업무에 대한 감각도 잃지 않으면서 오후에는 아이의 귀가 시간에 맞춰 집에 갈 수 있어 마음이 놓이고 아들도 예전보다 밝아져서, 어린 자녀를 둔 직장 여성들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근무하는 B주무관은 지난 5월부터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2살 아이를 키우느라 매일 아침 출근 전쟁을 치르는 B주무관은 "재택근무를 하는 월요일 아침에는 따로 출근준비 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한 주를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다"며 "지금은 1주일에 월요일만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사무실 여건만 괜찮다면 재택근무일을 주 2~3일 정도로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직내에서 시간제근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근무란 주당 40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본인의 필요에 따라 주당 15~35시간 범위 내에서 근무하는 제도로 시간제 근무로 인한 나머지 근무시간은 다른 공무원을 충원해 계속 근무하게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1일부터 시간제근무 활성화 대책을 실시한 이후 작년 말 기준 1천526명이었던 시간제근무 공무원이 올 8월 현재 36.4%(556명) 증가한 2천82명에 이른다고 18일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시간제계약직으로 채용된 공무원(2천41명)의 주요 업무분야는 주정차 단속이 815명, 홍보·관광 및 도서관관리가 76명, 간호·의사 46명, 지방세 징수 41명 등 현업 업무분야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시간제근무 수요도 기획과 정책업무보다는 정형적이고 반복적이면서 대체근무가 용이한 업무위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간제근무제 이용 목적은 주로 자녀양육과 가족 돌봄, 자기개발 등이었으며, 성별로는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기할 점은 전일근무제에서 시간제근무로 전환한 경력직공무원의 경우 한 직위에서 두 명이 근무하는 이른바 직무 공유제(Job Sharing)가 도입된 것이다.
이는 전일제 근무를 전제로 하나의 직위에 한 명이 근무하고,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도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는 지금까지의 정부 인사원칙에 비추어 볼 때 시간제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제가 활성화 되면 공직사회에 있어서 인사와 보수·복무관리 등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시간제근무로 인한 직무공유제(Job Sharing) 도입 기관은 여성가족부가 온라인 시스템관리 등 업무에, 서울 송파구가 여권, 통합민원, 영업신고서 접수처리 등 민원처리 업무에, 대전 서구가 사회복지 기초상담, 소액징수 업무 등에 각각 도입해 시행 중이다.
행안부는 앞서 공직사회의 경직된 근무형태로는 일과 삶(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 저출산·고령화에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 지난 2002년부터 공직사회에 근무의 형태(시간제근무)와 시간(탄력근무제), 장소(재택근무) 등에 대해 유연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고, 조직에서도 복무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크게 활성화 되지는 못했다.
행안부는 이에 중앙부처 및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시간제 근무의 적용이 가능한 대상 업무(민원서류발급, 의료·교육서비스 등)를 새롭게 발굴하고, 시간제 근무자에 대해서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고 이에 대해 꾸준히 홍보했다.
그 결과 시간제근무에 대해 공무원 개인과 조직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시간제근무로 인해 받았던 불이익들이 제도개선을 통해 대폭 정비 돼 올해 시간제 근무가 상당부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 근무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제도개선 사항은 ▶시간제 근무기간을 승진소요최저연수 및 경력평정시 100% 반영 ▶시간제근무로 인한 대체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대체인력뱅크' 구축 시간제근무 신청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허가 ▶시간제근무 사용 상한(현행 3년)기간 폐지 등이다.
아울러,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해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시간제근무가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행안부는 판단하고 있다.
행안부 조윤명 인사실장은 "지식정보사회의 무한경쟁 속에서 '유연한 조직'이 아니면 도태되는 추세인데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며 "시간제근무가 증가하고 있지만 보다 더 많은 공무원들이 시간제근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인식전환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법령 및 제도도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