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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탈루세원 양성화를 위한 과세당국의 노력을 보면서

우명동 교수(성신대)

 지난 5월 국세청은 2009년 9월 이후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율(납세자가 신고하지 않은 소득·신고해야 할 소득)'이 30.7% 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동안 국세청은 보다 근원적으로 세원을 포착해 나가기 위해 작년말 '소득·지출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금년 들어서는'자영업자 탈루소득 분석전담팀'을 활용해 오고 있으며, 4월부터는 고소득 전문직 등의 30만원 이상 거래에'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을 강구해 오고 있다. 아주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위 수치는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3년간 소득탈루율이 40.9%이었던 것(국세청, '보도자료', 2009년9월26일)에 비하면 10여%나 줄어든 것으로서, 그동안 과세당국이 꾸준히 노력해 온 데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3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정부나 과세관청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이전 시기에는 이루지 못한 개혁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이뤄내겠다는 큰 포부를 드러내곤 하는 것이 거의 일상사처럼 돼 왔건만, 아직도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원탈루행위가 여기저기서 자행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혁명으로 우리 생활 구석구석 통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세원 포착의 현실은 아직 왜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을까? 이는 지난 정부들과 과세관청 수장들의 초기의 서슬 퍼런 의지가 체계적으로 제도화되고 지속돼 진정한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원탈루와 관련된 각종 제도적 장치들은 일시적으로 다루거나 '사정'의 차원에서 다뤄 나갈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일상적인 제도적 틀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세부과행위를 '경제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능력에 상응하는 조세를 부담하게 한다는 경제적 논리에 따르고자 하면 당연히 그러한 틀이 자리잡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체계를 기술적으로 구상해 내는 일 못지않게 현실적으로 그러한 장치들을 시행하고 정착시켜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납세자로 구성돼 있는 사회의 유기체적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는 균질적이고 동등한 납세자계층으로 이뤄진 일종의 '기계(mechanism)'와 같은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경제력과 사회적 힘을 가진 다양한 계층들이 서로 뒤섞여서 이뤄진 하나의 '유기체(organism)'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는 항상 갈등구조가 만들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사회란 바로 이러한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에 조세부과행위도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탈루세원의 문제도 이와 같은 유기체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조세 부과와 관련된 갈등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해소시켜 간다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조세부과 행위라는 것은 바로 이처럼 서로 다른 계층들의 힘의 관계가 담겨 있는 '정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정부나 과세당국이 있어, 탈루세원에 대한 항시적인 점검체계를 구상하고 이들이 제대로 자리잡아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 그 힘의 근원은 납세자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납세자들이 보다 많은 정보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조세부담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아가 누군가 세금을 안 내면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면서 사회적 지지를 얻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조세부과행위는 정치적 행위로서 정치가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정치가들이란 시민들의 사회적 지지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는 일 또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정부 고위당국이나 과세당국이 진정 탈루세원 문제를 해결해 공평과세의 틀을 구축하고자 하는 정책 의지가 있다면, 각종 제도들을 정비하는 것 못지 않게 납세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제가 될 때, 과세관청 자체도 유한탈루계층이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사명을 다하는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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