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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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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비판' 김동일 전 세무서 직원 항소심서 '무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렸다가 해임된 전 나주세무서 김동일 조사관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제6형사부(부장판사·이성복)는 10일 정보통신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나주세무서 김동일 조사관(48)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김씨가 게시한 글이 허위사실인지,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로, 1심은 두번째 사안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반면에 항소심은 두가지 쟁점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청장의 행적, 특히 전군표 전 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와 유임청탁을 위한 대통령 친인척, 지인들과의 골프 및 저녁모임 등 각종 의혹이 언론에 제기된 점, 그같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피고인의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실질적인 자료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한 점 등에 주목했다.

 

결국 재판부는 "김씨가 올린 글의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설령 허위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여러 사정에 비춰 피고인에게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두번째 쟁점에서도 "'직원들에게 강연하고 사회공헌이다 뭐다 해서 쇼를 하게 만들었던가! 자리보전하려 골프를 치고 출세하려고 세무조사를 하고…'라고 적은 부분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 명예훼손한 것이므로 유죄"라는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청장이 사인(私人)이 아닌 공적인물, 그것도 고위 공직자라는 점, 김씨의 글이 순수한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공성과 사회성을 담고 있는 점, 특히 피해자가 명예훼손의 소지를 스스로 자초한 사실 등이 중시됐다.

 

재판부는 "글이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측면은 있으나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국민과 언론에 비판받는 국세청이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자의 사퇴와 수뇌부의 결정을 촉구한 이상 공익을 부정하고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1심이 진실이지만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진실일 뿐만 아니라 비방할 목적도 없었고, 오히려 공익적 취지라고 판단한 셈이다.

 

1, 2심을 모두 변호한 김정호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비판도 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막힌 사회는 아니라는 판단에서 공익 소송에 나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의 기준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됐고, 무리한 고발과 기소가 확인된 만큼 해임처분도 자연스레 취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조사관은 김 전 조사관은 무죄가 선고된 후 세정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취재에 응해줘 고맙다"며 "검찰이 상고를 할지 여부는 아직은 알수 없지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나라의 지도자가 자살한 상황에서 원인 제공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에 대한 공익적 표현에 대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의미있는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조사관은 작년 5월 '한 전 청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것이 도화선으로 작용해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같은 해 6월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면되고, 검찰에 고발됐다.

 

김 전 조사관은 이에 불복해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그 결과 파면에서 해임으로 징계 수위가 한단계 낮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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