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여성공무원 A씨는 요즘 부쩍 한숨을 쉬는 날이 많아졌다. 이제 반년만 지나면 아들이 학교에 가게 되지만, 내년을 생각하면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어린이집은 간신히 다니고 있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적응에 실패하지 않을지?, 엄마가 공부를 봐주는 다른 집 아이들보다 뒤떨어져서 힘든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는 않을지?, 아직 어린 아들을 세상에 혼자 내보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여성공무원 B씨는 휴직을 해도 문제라고 말한다. 보통 애기를 가질 수 있는 젊은 여성 공무원들은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휴직을 해서 경력이 비게 되면 같이 들어온 남성공무원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여성공무원 A씨와 B씨의 고민은 올 하반기가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공무원들의 육아휴직 대상 자녀범위가 만 6세에서 만8세 이하 자녀까지로 확대돼 육아를 위한 여성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이 대폭 개선되기 때문.
행정안전부는 여성 공무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점인 육아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여성 공무원 근무여건 개선' 방안을 마련,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대상 자녀범위가 만 6세까지였던 것이 만 8세 이하 자녀까지로 확대돼 맞벌이 부부의 육아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기에도 부모의 도움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육아휴직은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가능해, 입학연령대 아이를 둔 많은 공무원들의 마음을 애태웠다.
행안부는 올해 9월 중 육아휴직 요건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현재 3년까지 가능한 육아휴직기간 중 1년만 재직기간으로 인정하던 것을 공직사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보다 앞장 설 수 있도록 3자녀 이상 공무원에게는 모든 육아휴직기간을 재직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공무원임용령'을 9월 중 개정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을 '한시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계약직공무원규정'이 8월 중 개정되는 대로 서울시 사회복지분야 인력 100여명, 노동부 직업상담분야 인력 100여명, 공통업무 분야 인력 200여명 등 총 1천여명의 대체인력을 선발해 여성공무원들의 원활한 육아휴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시계약직으로 채용되는 대체인력의 보수는 채용등급의 1호봉 봉급액 상당 수준으로서, 주 35시간 근무기준으로 7급 상당은 월 150만원 내외, 9급 상당은 월 120만원 내외의 보수를 지급받게 된다.
아울러 직장문제 등으로 떨어져 사는 공무원들의 고충해소를 위해 8월 중 맞벌이 공무원 인사교류를 실시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맹형규 장관의 취임 이후 행정안전부가 강조하고 있는 '따뜻한 인사행정'의 일환으로 육아부담을 완화해 공직사회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한편,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성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명 행안부 인사실장은 "이번에 시행하는 여성 공무원 근무여건 개선방안은 행정현장에서 직면하는 각종 어려움을 수요자인 공무원의 입장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앞으로 여성과 맞벌이 공무원들의 고충을 다소나마 해소하여 마음 편히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