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관세행정의 변화에 맞춰 관세청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쉬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충처리담당관(옴브즈만)제도, 사전청문제도인 과세전 적부심사제도, 관세조사의 경우 조력을 받을 권리를 도입해 현재에 이르렀다. 이 중 옴브즈만제도와 과세전 적부심사제도는 과세관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납세자에게 단비와 같은 제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사전청문제도에 의지하기 보다는 사후 구제 제도인 조세심판 혹은 행정소송으로의 납세자 불복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처분이 이뤄진 다음에 구제하는 절차인 사후구제 제도보다는 사전구제 제도가 납세자에게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후 구제제도의 경우 사전구제제도보다 비용, 시간, 불복절차 면에서 납세자의 기회비용이 더욱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몇가지 측면에서의 검토가 납세자의 권리보호 및 행정효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선, 현재의 복잡한 심사 및 심판청구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현 불복청구는 이의신청을 임의적 절차로 하여 심사 및 심판청구를 거친 후에 행정소송을 하는 방법이 있다. 행정소송의 전심절차로서는 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심판청구)과 동일한 행정부의 산하기관인 관세청(심사청구)에 제기하는 방법, 감사원에 제기하는 방법(감사원 심사청구)이 있다. 이는 같은 단계의 심급을 총리실과 기획재정부의 하부기관이 나눠서 수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감사기관에서도 관세불복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 절차는 정부조직법 상의 체계와 법리적 측면에서도 모순이고, 납세자에게는 절차적 혼란을 주게 되고, 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조직과 인력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의신청 절차를 제외한 심사청구 업무는 준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업무에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감사원심사청구는 옥상옥의 제도로서 그 청구 건수를 보더라도 이미 유명무실하므로 감사원 본연의 정책감사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불복건수를 다룬 실적기준으로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사전청문제도인 과세전 적부심사를 거친 사안에 대해서도 심사 및 심판청구등 불복전치요건을 거쳐야만 행정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즉, 과세전 적부심사를 거친 처분에 대하여는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소할 수 있도록 해 납세자의 시간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전 청문절차는 관세행정의 절차적 합리성을 보장하고 납세자가 아직 추징세액을 부담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의견진술을 하게 하는 제도이다. 사후구제제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납세자에게는 중요하다. 조직·인력·위원의 전문성 측면에서 사전청문 절차를 활성화하고, 그 토의를 충분히 한 후에 결정된 결과에 대하여는 불복전치요건을 충족하는 법률적 효과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 광의의 사전청문절차로서 납세자 권리헌장에 수록된 '대리인의 입회 및 납세자의 사전의견진술권의 충분한 보장'이 필요하다. 현행 관세법 112조에는 관세조사의 경우 관세전문가로 하여금 조력을 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다. 이러한 조항은 납세자가 관세조사 혹은 관세포탈 등 혐의로 범칙조사를 받는 경우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과세관청과 대등한 지위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이 부당히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향후 불필요한 조세마찰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다. '결과통지서'를 교부받기 전에 조사기간동안 충분히 소명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여 납세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관세조사의 합리적·과학적인 수행을 유도하는 간접기능도 있는 아주 중요한 절차이다.
그러나 관세법112조의 조항은 현재 임의적 절차로 규정돼 있어, 납세자가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과세전 통지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납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필요적 소명절차로 입법적 개정이 요구된다. '과세전 결과통지서'를 수령하기 전에 충분히 소명 및 의견진술의 기회를 활용하면 납세자, 과세관청 모두 시간적· 비용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동안 통관행정이 전산화를 통한 신속통관으로 물류비와 기업의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관세심사 및 세관조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납세자의 관세리스크 인식이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과세관청의 부과권 확보, 납세자의 재산권 보장은 양자 모두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다. 납세자는 관세조사 중, 혹은 조사종결통지서를 받기 전에는 본인의 과세검토자료를 알기 어렵다. 이는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과세전 결과통지서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관조사의 경우에 필요적 절차로 '전문가의 입회 및 소명' 기회를 주어 조세절차법 상의 적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처분이 있기 전에 과세전 적부심사 절차를 활성화해 절차적 민주화를 담보하고, 이후에는 그 과세전 적부심사 결과에 따라 행한 처분은 전치주의를 거친 것으로 간주해 사후구제절차에서 발생하는 납세자의 관세부담비용, 시간적·물리적 기회비용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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