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책환경 하에서 조세정책은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 것인가? 이전에는 감세가 목표였으나 이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감세한 것을 환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위기 과정에서 더 많은 피해를 본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두고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만 환원하거나 세부담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직면하면서 이전에는 어떤 원칙 하에서 감세를 추진했고 앞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지, 양자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2년 전의 감세정책은 재정규모의 축소 외에도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조세는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을 왜곡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는데, 그 부정적인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법인세이고, 그 다음이 소득세이다. 또한 특정 산업, 특정 경제활동에 대한 조세지원도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인하해 세부담을 완화하고 반대로 특정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조세지원은 축소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적은 소비세는 대체로 이전의 제도를 유지해 재정운영에 필요한 세수입을 확보하도록 했다.
그러면 앞으로 특정 시점에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세수입 증대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증세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어떤 방식으로 증세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 산업이나 상품, 또는 특정 경제활동에 국한되는 조세지원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조세 지원을 축소하면 세수입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으며,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므로 세수입 확대를 위한 정책방안을 모색할 때는 조세 지원의 축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부불경제 효과가 있는 경제활동에 대한 중과세 역시 세수입을 확보하면서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조세가 시장가격에 외부효과를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경제 주체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나 주류에 대한 과세, 에너지 소비에 대한 과세, 탄소세 등 환경오염에 대한 과세가 이에 해당한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중에서는 법인세가 경제활동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소득세, 부가가치세 순이라는 것이 관련 연구의 일반적인 결론이다. 부가가치세는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 모든 소비자가 동등하게 세금을 납부하므로 경제활동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적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으로 확보한 세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기간세목의 세율구조를 변경해 세수입을 증대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가가치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리해 보면 이전의 감세정책과 앞으로 있을 법한 증세정책이 나름대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전의 감세 정책은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감세에 초점을 맞췄으며, 앞으로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면 법인세와 소득세는 가능한 한 인하된 상태로 유지하고 비과세·감면의 축소와 외부불경제에 대한 중과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기간세율의 변화가 필요할 때에는 부가가치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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