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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공기업 부채와 2단계 선진화

박 정 수 교수(이화여대)

 공기업은 정부가 소유 또는 통제하는 생산주체로서의 기업으로 정부의 정책사업 등을 시장계약의 형태로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 공기업에 대한 여러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기업 부채다. 부채가 급증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 부채는 2005년 GDP 대비 27.6%에서 2009년 32.6%로 5%p 증가했다. 지방정부 순부채는 같은 기간 1.1%에서 1.3%로 0.2%p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에 공기업 부채는 2005년 GDP 대비 11.5%에서 2009년 20.1%로 8.6%p나 증가해 중앙·지방정부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렇지만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 실물자산의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이나 자산 매각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이 어느 정도 뒷받침된 것들은 건전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 상장돼 있으면, 결국 주주들의 지분만큼만 걱정하면 되지만 실물자산의 증가 없이 증가하는 부채도 있고, 자산 매각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공기업 총부채 중 준시장형 공기업 부채는 149조3천억원(70.4%), 시장형 공기업 부채는 62조7천억원(20.6%)인데, 문제는 자체수입액이 낮은 준시장형 공기업의 부채가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 급증은 향후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286개 공공기관을 다 더해서 부채 수준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금 중복 문제나 자회사와의 내부거래를 제거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하게 더하기만 한 부채 규모는 신뢰성 없는 데이터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기관별 부채 증가의 원인은 상이하므로 모든 공기업 부채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순수한 공기업과 정부의 사업을 대행하는 기관들의 부채는 접근을 달리 해서 봐야 한다.
 공기업의 임금체계와 인사도 문제이다. 경영진과 관련된 대리인 비용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민간 부문보다 대리인(공공 부문의 노사)이 주인(국민)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고려해 행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효율과 불공정이 지속될 여지가 많은 시스템이다.
 공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경영평가 같은 외부감시 강화 등을 통해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과다한 임금 복리후생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기업 사업은 정부정책을 대행하는 것이 많다. 임금피크제, 선택적 복지제도, 잡세어링, 청년 인턴제 등을 도입하기에 앞서 먼저 공기업에서 대부분 시작한다. 현재는 전년 대비 실적을 평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공기업 자체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서는 적절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2002년 이후 35개 대형공공기관의 인건비 증가율이 노동생산성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하나하나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키워주고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쪽으로 가야 한다. 복잡한 평가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영화할 부분은 민영화하고 구조조정할 부분은 구조조정해야 한다. 정부가 계속 끌고 가는 선진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한계도 있다. 현재는 모든 공기업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데, 득보다는 실이 훨씬 더 크다. 차별화해서 핵심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단순화한 지표가 필요하다. 타율적·획일적 잣대로는 한계가 있다. 맞춤형 평가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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