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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공공기관 부채문제 논란에 대한 일고

成 明 宰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공운법)'에 의거해 2010년 현재 286개의 기관이 지정돼 있다. 공공기관은 성격에 따라 크게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공운법에 의거해 공공기관을 분류해 보면, 자체 수입비율이 50% 이상이면 공기업, 50% 미만이면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기업 중 자체 수입비율이 85% 이상이고 자산 2조원을 넘으면 시장형 공기업, 50∼85%인 경우에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된다. 준정부기관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모든 업무를 관장할 수 없기에 정부기능의 일부를 담당하게 하는 기관으로 특성에 따라 위탁집행형과 기금관리형으로 구분된다. 그밖에 기타의 공공목적·공익목적 특성을 지니는 기관을 통틀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목적이나 이유는 크게 공공성·공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업의 특성상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단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매우 크게 작용해 자연독점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경우, 또는 막대한 자본투입을 요하는 망(Net)산업 (예: 전력, 통신 등) 등의 경우에 공공목적으로 정부가 소유하거나 또는 국가 독점 등의 형태로 공공기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부의 재정구조가 매우 건실한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다만 1990년대말 외환위기와 뒤이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위기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누적 재정적자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 이후에도 여타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건실한 재정구조를 지니고 있다. 2009년 현재 국가채무는 366조원이다.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가채무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부채 총액이 국가채무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실질적인 국가채무가 어느 수준이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즉 알리오에 의하면 작년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 총액은 377조원으로 국가채무보다 조금 더 크다. 연간 GDP총액 대비 40%에 조금 미달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부채 역시 누적 재정적자 규모에 포함시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거나 또는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부채지만 공공기관이 숨겨둔 부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라는 등 각종 의혹과 걱정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다. 급기야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 부채관리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필자가 공공기관의 사업관리 또는 재무구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작금의 공공기관 부채규모와 증가 속도 등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조세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한 사람 중 하나로서 그 경험에 비춰 볼 때, 공공부문에서 각종 공공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원천으로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공공성이 매우 강하거나 일반적인 시장에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공공재·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조세와 부채로 구분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공공목적상 지출하기 위한 재원이 어떤 형태로 조달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공목적의 지출로부터 얻는 편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를 판단하면 된다. 즉 '수익자부담원칙'을 생각하면 된다.
 만약 공공지출의 수혜자가 현재 세대라면 그 비용을 현재 세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일반재정,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금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에 공공지출의 수혜자가 미래 세대에 집중돼 있다면 비용 역시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런 경우 조세보다는 부채를 통해 부담을 미래세대로 이월하는 것이 '수익자부담원칙'에 부합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 부채문제는 부채의 절대규모와 증가속도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된 듯하다. 그러나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 따라서 부채규모가 큰지 작은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상환능력에 비춰 본 GDP 대비 부채규모의 비중 뿐만 아니라 공공지출의 성격과 편익의 귀속대상이 누구인지, 그리고 사업의 시급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종합적으로 이뤄진 연후에야 비로소 올바른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작금의 논란은 이런 것들에 대한 논란이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비판에 앞서 사실관계와 적정성 등을 먼저 따져본 연후에 옳고 그름을 따져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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