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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빌려준 세금 100원짜리도 받아내겠다'

최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을 향해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자금을 지원받은 금융회사들과 직원들에게 모두 1천17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받아 내겠다'는 강도높은 조치를 발표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살아남은 자들에 대해서는 단 100원(단 10센트)짜리 하나라도 돌려받아야 하겠다'는 추상같은 호령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같은 호령은 납세자의 세금으로 살아남은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이 최근 보여준 자기들만의 거액 보너스 잔치 행태를 겨냥한 말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최우선 책무는 납세자들에 진 빚을 먼저 갚아야 한다는 질책이다. 비단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그 소속 직원들도 '살아남은 자는 반드시 납세자들에게 은공을 갚아야 한다'는 의무를 세법으로 강제화하겠다고 했다.

 

3억명의 조세채권자 대표격인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티처럼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로 빚어진 굴곡지고 험난한 역사를 거쳐 2010년 지금에 왔다.

 

무능으로 빚어진 주권의 상실, 분열로 인한 동족상잔, 극도의 이기심 발로로 배태되고 그 과욕이 부른 국가부도(IMF)의 화마(火魔).

 

그 역사 기록의 행간 사이에는 승자들의 그림자에 가려진 민초들의 땀과 한이 숨어 있다.

 

1997년 IMF로 우리 경제는 코마(coma)상태였고 급기야 168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과 해외자본 유치로 겨우 의식을 회복시켰다.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은 혈세로 충당해 줬고, 악성채무자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란 명분하에 각종 파격적인 비과세와 감면혜택을 줬었다. 하지만 이처럼 긴급수혈을 받은 금융회사들과기업들은 국민들의 여망과 달리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금융회사들과 그 종사자들은 스톱옵션과 연봉인상 등등 자신들의 이득 취하기에 혈안이 됐고, 기업들은 구조조정 세제상의 온갖 혜택을 향유하는 한편으로 미비된 세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주가 부풀리기와 변칙증여, 편법 경영권 상속행위를 자행하기도 했다.

 

이헌재 당시 재정부장관은 이를 두고 '본질을 망각한 돈놀이에만 급급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문제'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또한 자산재평가세 면제로 자산이 크게 늘어나 회계장부는 화려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재평가 본래 취지는 공염불이 됐고, 정치권과 정부의 개발정책 논리를 등에 업은 기업들은 개발차익을 챙기기에 급급했다.

 

산업간, 업종간,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 심화현상에 대해서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줄이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조성된 비자금을 빼돌리는등 편법탈세행위가 드러나자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고조됐다.

 

지난 1998년 이후 투여된 168조의 공적 자금 중 절반에 달하는 90조원이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회계투명성 등 규제 강화정책에는 "그러면 안돼"라는'님비'적 속성을, 금융조세 등 시혜적 특권을 취하는 데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핌비'적 행태를 보였다.

 

이후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사회생했거나 일시적 부실기업을 불하(?)받은 이들에 대해 금융조세당국의 사후관리는 제대로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고용 창출을 최우선 정책추진과제로 삼고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성력화(省力化) 설비에 투자함에 따라 신규고용 창출효과는 미미했다.

 

또한 정부의 조달품 구매지원책과 느슨한 경쟁규제 완화 틈을 이용,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아닌 약육강식(弱肉强食)의'밀림경제' 단맛에 취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실마저도 해외로 도피시키는 일들도 비일비재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의 진창에서 구제된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세금을 갚기는 커녕 자기들만의 화려한 보너스 잔치를 연다면 박수칠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 것일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도덕한 이들에 대해 '세금환수'를 천명한 점은 오는 11월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의'을 맞아 우리 정부와 금융인, 기업인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어려웠을 때 빌려줬던 세금, 갚을 능력이 됐음에도 '나 몰라라'하고 있는 이들로부터 단돈 100원의 세금이라도 받아내는 것이 신뢰받는 정부이고, 국민들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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