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위에서 분탕질한 대가를 국세청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는 대다수 일반 직원들이 십시일반 나누고 있는 셈이다."
"행시 출신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행정고시를 패스했다는 이유로 반드시 인격적·업무적으로 출중할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세무조사 편의 제공 등을 빌미로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예술작품 등을 구입토록 하고 이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검찰기소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1차 공판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안원구 국장 공판 내용을 접한 세정가 사람들간에 동정론과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공직입문 당시의 출신성분이 갑작스레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조직 내부의 갈등조짐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국세청 내부적으론 행시 출신과 일반 출신간의 갈등을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사항으로, 2만여 국세청 직원 모두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 2∼3년새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받는 굵직한 사건 상당수에 행시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자, 금기를 깨는 발언들이 일선 직원들로부터 서서히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사건들에 행시 출신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일선의 목소리는 사건의 주역이 고위직일수록 스포트라이트를 들어댈 수밖에 없는 언론의 속성과 이를 접하는 국민들의 감정탓에 '아노미 현상'으로 표출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처신 탓에 각종 매스컴과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부 국세청 고위직들이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점은 7·9급 등 일반 출신으로 출발해 국세청 고위직에 오른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역으로 반증하고 있다.
이런 탓인지 세정가 일각에서는"말단공무원으로 출발해 고위직에까지 올라가서 이같은 부정혐의자로 검찰에 기소라도 돼봤으면 낫겠다"는 '억하심정'의 한을 토하기도 한다.
한맺힌 이들의 목소리는 조직 내부의 부조화로부터 잉태됐고 급기야 갈등으로까지 태동, 폭발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행정고시 아니면 7·9급 임용자, 세대 등 특채출신 그룹, 출신지역별 그룹, 성별 집단, 연령계층별 그룹들. 이들 그룹들간 이해관계가 상충돼 돌출된 목소리들로 인해 갈등의 골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유독 특정그룹에서의 잦은 사고(?)나 질주를 할 경우 조직문화는 결속력이 약해진다.
이러한 부조화를 조정하고 해소하는 메카니즘이 인사와 논공행상이다. 그룹간 반목을 해소하고 강한 결속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조직 수장의 강한 리더십 하에 인사관계 부서의 절묘한 갈등 조정력이 발휘돼야 한다. 직급별 승진인사를 앞두고 있다. 조직갈등 해소에 인사파트의 고도 조정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