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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36.5℃의 인간미 나는 人事를…

-解官·遞代·考功-

세말(歲末)에 많은 세정 목민관들이 수십년의 봉직생활을 마치고 단촐한 '해관(解官)'의 행장을 꾸렸었다. 이어 국세청은 새해 1월4일자로 지방청 국장급과 전국 일선 세무서장 전보인사와 직위 승진한 초임 세무서장 발령인사를 실시했다.

 

늘 그러했듯이 세말 명퇴와 신년 전보인사는 각각의 당사자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동시에 만감과 희비가 교차되기도 한다.

 

이번 국세청의 과장급 이상 명예퇴임은 관행이 그렇듯, 자의든 타의든 공무원 정년을 2∼3년 남겨둔 채 봉직을 마감해야 했다. 몇몇 목민관들은 지역 실정도 잘모르는 무연고지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여 동안 사실상의 유배지(?)에 방치되다시피 하여 연말 세밑인사때 귀경(歸京)이나 세정의 잔뼈를 키워 성장해 온 지역으로의 환향(還鄕)을 학수고대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배려되지 않아 내심 섭섭해 하기도 했다고 한다.

 

만인의 크고 작은 고충을 다 해소할 수 없고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한다는 것이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봉직처를 간구해 온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이 사연을 소상히 헤아려 배려하는 따스함이 담긴 고공(考功)과 체대(遞代)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옥의 티로 지적됐다.

 

명퇴에 따른 후속인사에서 국세청은 본청 각 참모부장 부관역을 맡을 과장 자리에 자강불식(自强不息)할 인물들을 각 지방청에서 픽업해 앉혔고, 각 지방청에는 일선 경험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연부역강(年富力强)의 추진력을 겸비한 일선 세무서장들을 불러들이거나 연관 분야로 수평이동 시키는 등  2선으로 각각 배치했다.

 

또한 일선과 지방청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캐리어를 쌓고 발군의 업무장악력과 조직지휘 통솔력을 보여 준 서울청·중부청 과장들을 세수와 세원관리 면에서 중요도가 큰 수도권 주요 포스트 세무서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학행(學行)'과 '정치적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목민관으로서 임명돼 첫 임지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세정목민관으로서 선정(善政)을 펼치기 위해 그동안 절차탁마(切磋琢磨)해 온 기량을 발휘해 믿음의 봉덕을 쌓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말 명퇴 및 전보인사와 관련해 불만족한 사람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불가피하게 해관되거나 좌천됐다고 해서 목민관으로서 사심(邪心)을 표출하거나 타인의 불비한 점을 드러내려고 하는 일부 행태는 위로는 령(令)을 서지 못하게 하는 한편, 아래로는 관속들의 기강을 해치게 한다.

 

반면에 승진과 영전에 따른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은 이들이 타인의 가라앉은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희희락락함을 드러내며 자신을 과시하는 것은 인사권자에 누를 끼치고 그 경망스런 처신은 얼마가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고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로 화(禍)가 돌아오는 우(愚)를 범하게 할 수 있다.

 

부임할 때와 해관할 때, 좌천과 영전시 목민관으로서의 수신(修身)함을 지켜야 할 일이다.

 

고공(考功)을 하고 임명장을 수여하는 인사권자는 '절반의 성공'이나 '무난한 인사'라는 세간의 소리에 혹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얼마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 강 사업과 관련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 반대 목소리가 높다"며 반대소리를 묵살하듯 발언해 일각으로부터 설화(舌禍)를 당하기도 했다.

 

만백성의 소리는 제각각 다르게 마련이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 뒤 조정해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함을 보여줘야 할 일이다. '무난'처럼 쓰기 편하고 뒤탈나지 않는 말은 없다.

 

늘 인사와 관련해 하는 말들이 절반의 만족이라면 성공작이라고 한다. 역으로 말하면 절반의 실패를 했다는 반증이다. 무색무취한 '무난'보다 엄격·공정함 가운데 다소 수고스럽다해도 인간체온 36.5℃가 느껴지는 인사가 되기를 주문한다.

 

해관과 부임, 좌천과 영전에 임하는 세정목민관에 양시양비(兩是兩非)를 하는 것이 아니고, 허공에 맴도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36.5℃의 인사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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