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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세제의 세대별 구별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기술의 변화를 가장 많이 느끼는 분야 중의 하나는 휴대전화일 것이다. 1980년대 제1세대인 아날로그 시대에는 단순한 통화의 기능을 수행한 휴대폰이 1990년대에는 단순 메시지와 저속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됐고(이른바 제2세대인 디지털 시대), 2000년대의 제3세대인 CDMA 시대에는 고속인터넷과 동영상통화가 가능했으며, 내년에 표준화될 제4세대에서는 멀티미디어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젠 휴대폰 하나로 컴퓨터와 TV기능을 합친 시대가 오게 되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아침에 눈이 뜨면서 휴대폰을 찾고 잠을 잘 때에도 휴대폰을 끼고 자는 시대가 됐으며, 시간이 갈수록 휴대폰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고 하여 아날로그 시대의 기능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더욱 기능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의 일부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또는 중·장년층이 휴대폰 통화나 메시지 기능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여,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해 주저하거나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의 주된 일꾼은 젊은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역사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제는 어떠한가? 세제도 세대별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구분해 보고자 하는 의도는 현재 우리나라의 세제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가능해 보고, 시대에 맞는 세제를 그려 보고자 함에 있다.

 

세제의 제1세대는 아마도 1789년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의 세제일 것이다. 그 이전에는 왕이나 영주가 자기들이 만든 기준에 따라 시민들에게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면 그저 순종했을 시기이다. 그러나 그 부담의 정도가 도를 넘자 이에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혁명을 했던 것인데, 강학상 이를 조세저항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894년 갑오동학농민운동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제2세대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가 외형적으로나마 확립된 시기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나라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프랑스는 1789년 이후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가 될 것이다. 아무튼 세금은 시민의 대표자들이 만든 법률에 따라 납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법률만능주의의 폐해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인정과세, 추계과세, 조세목적이 아닌 정치목적 달성을 위한 세무조사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제2세대 세제의 특징은 바로 과세관청의 과세권한 남용이라고 본다.

 

반대로 제3세대는 이른바 납세자 권리보장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과세관청의 일방적 조세행정이 신물이 난 납세자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서 저항을 하면서 납세자도 기본권이 있음을 외치기 시작했고, 이러한 주장은 국세기본법에 반영됐다. 그러나 납세자기본권을 외칠 수도 없는 자들이 무임승차를 하기도 하고 그 요구의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 이른바 납세자 권리의 남용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OECD나 G20에서 하자고 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납세자가 자신의 권리를 남용해서 해외로 빼돌린 자금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제4세대는 무슨 세제가 우리에게 모습을 보일 것인가? 여러가지가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전 세계의 세제의 조화나 통일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는 이른바 'world tax'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그 이유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확정되고, 인터넷 등으로 인해 국경의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세자의 거주국가를 중심으로 한 과세권이 소득이 발생한 국가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속인주의 과세체계에서 속지주의로 변화될 것이다. 그 주된 이유를 휴대폰에서 찾아보면, 휴대폰을 통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매매계약이 가능하다면, 결국 국경이나 국적에 기초한 현재의 세제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2011년부터 도입될 국제회계기준과 EU의 단일 부가가치세 세제 및 소득세 통합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세제의 발달이 이와 같은 흐름이라면, 우리나라의 세제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할 것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과세관청의 과세권한 남용은 하루 속히 시정돼야 한다. 세무조사시 과소징수한 것만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과다징수한 것도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위헌결정이 난 경우에도 이의를 제기한 납세자에게만 환급해 주는 저급한 규정은 하루 속히 개정돼야 한다. 또한 납세자가 권리를 남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납세자 단체에서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세제가 세계화 흐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찾아봐야 한다. 그 이유는 한국의 세제가 주변 국가들보다 고약하다면, 고소득자나 재산가들은 한국을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예는 미국이나 EU 국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휴대폰의 경우처럼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 앞서갈 경우 그 영광과 과실은 그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의 몫이다. 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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