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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에 대한 단상

2009년11월25일은 국경일도 아니고 명절도 아니지만 우리에게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 특히 원조물자 혹은 구호물자라는 말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세대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세계에서 24번째로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정식회원이 된 날이기 때문이다. DAC 회원국들의 원조가 전세계 개발원조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이 위원회의 정식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이 위원회의 회원이 된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이 된 것이라니 더욱 뿌듯하다.

 

우리의 DAC 가입이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수원국에서 원조의 공여국으로 전환된 첫번째 사례라는 점도 우리 스스로 대견해 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우리의 발전모형을 제프리 삭스 같은 석학도 인정하고 있다. 원조를 받아서 어렵게 견뎌야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에 성공해 이제는 당당히 다른 나라들을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이르게 됐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현대사를 폄하하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객관적인 결과는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DAC 가입은 또 다른 관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존의 DAC 회원국의 대부분은 소위 기존의 선진국들이고 이들은 이른바 제국주의 시대에 후진국들을 식민지화하고 착취했던 허물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이 지금 후진국을 원조하는 행위의 한 가지 의미로 과거의 죄과를 보상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착취당하고 지배당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원조는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해도 보다 순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같이 어렵게 지내다가 먼저 성공해서 뒤따라오는 나라들을 도와주고 격려하는 셈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자화자찬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원조 규모를 늘려서 DAC회원국 평균에 해당하는 GNI의 0.3%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규모이다. 조세부담률이 약 20%라고 하면 우리가 내는 세금의 1.5%가 해외원조로 쓰이게 된 다는 것이다. 재정운영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국방비의 몇 %쯤 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규모의 중요성을 좀 더 잘 인식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DAC 가입을 보도하면서 국격 제고 혹은 국가브랜드 가치제고 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이 꼭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보너스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을 도와준다고 나팔을 불고 다니면서 홍보를 잘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가장 필요한 곳에 우리가 도움을 받던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면서 겸손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나눠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국가원조기관 종사자들의 자세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자세가 돼야 한다. 명실상부한 선진국가의 시민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 재정의 씀씀이가 이처럼 자꾸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것이 아니라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아름답게 남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해서 도와주는 재원을 마련한다. '우리나라에도 배곯는 사람이 많은데 무슨 해외원조냐?'라면서 빈정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사람이 완전히 없어진 다음에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끼리도 더 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나눠서 우리 안에 어려운 사람들이 극소화되게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일부 상임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챙기기나 선심경쟁 성격의 예산증액이 꽤나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가 너무 순진한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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