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결심이 선 지금, 오히려 본청 차원에서 일찍 터트려 주는 것이 행동하는데 훨씬 수월하겠다."
"어차피 나갈 결심을 굳혔는데, 상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위에서의 수군거리는 얘기가 참 매정하게도 느껴진다. 나름 국세행정에 공헌했다고 생각해 왔는데…."
연말을 맞은 국세청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4급 이상 관리자들에 대한 불분명한 명예퇴임 기준 탓이다.
국세청은 그간 일선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후배들의 직위승진을 위해 정년 2년을 앞둔 시점에서 명예퇴임제도를 운영해 왔다.
견고하게만 여겼던 명예퇴임제도가 흔들린 것은 한상률 前 국세청장이 관서장 이상 관리자들에 대한 명예퇴임의 기준을 성과평가로 대체할 것임을 시사한 이후부터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국세청내 직원 대다수가 명예퇴임 기준이 어떻게 되고 과연 적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한 前 국세청장이 물러난 이후 허병익 前 국세청장 직무대행과 백용호 현 국세청장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명예퇴임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전 관행상으로 따지면 51년생인 일선 관서장 이상 고위직들은 당연 명퇴대상이지만 선뜻 명퇴결정을 내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또한 세무사 개업 등을 위해 스스로 명퇴를 결심했더라도, 명퇴결심이 서지 않은 동연배의 관서장에게 혹시라도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한 나머지 내부적으로도 명퇴의사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결국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용단을 내린 자에게는 명예스런 월계관을 씌워주고, 후방효과로 직위 승진을 한 자에게는 축하박수를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제라도, 조직에 대한 안정감과 명퇴연령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이 명확한 명퇴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조직원들 특히, 명퇴대상에 올라 있는 관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