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某 의원이 해외직접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통한 조세회피가 증가할 수 있으니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국내 소득이나 재산을 조세회피만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근거로 해외 직접투자의 증대를 든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중엽까지만 해도 해외 직접투자에 대한 과세문제를 연구한 연구들은 조세가 해외 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해외 직접투자에 대해 중립적인 조세정책 모색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과도한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 등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나온 정책이 해외 직접투자에 대해서도 국내 투자와 동등하게 과세해 조세측면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유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기업활동의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조세정책에서 투자재원의 배분보다는 기업의 소유권, 다국적 기업의 본부 유치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노동과 자본을 사용하더라도 그 자본을 통제하는 집단이 보유한 경영능력과 전략, 엔지니어링, 물류기법, 상표권, 저작권, 특허 등 무형재산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UN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04년에 세계적으로 약 7만개의 다국적 기업이 영업활동을 했으며, 이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수는 69만개에 달했다. 이들 다국적 기업이 세계 총 교역량의 3분의 2를 차지했고, 그 중 3분의 1은 계열기업간 거래이다. 최근에 다국적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더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국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상표, 노하우, 정부의 허가 등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는 무형재산 때문이다. 이들 재산은 해외시장을 뚫고 들어가 사업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현지 기업이 사용하도록 허가하기 곤란한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다국적 기업은 이들 자산을 해외 현지기업에 판매하거나 사용권을 양도하기 보다는 이들 자산을 활용해 해외에서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은 이러한 무형자산을 형성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간접자본투자(overhead investment)를 하며, 이러한 투자들은 대체로 고정비용이 된다. 그래서 과점적인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개별 국가들은 시장지배력을 가진 이와 같은 대기업의 특정 활동을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국가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간접자본의 형성은 대체로 다국적 기업의 본부에서 수행하며, 많은 경우에 기능을 여러 국가에 분산하기보다는 한 지역 또는 아주 소수의 지역에 집중해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및 실험, 자동창고시스템, 기업의 재무관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러한 본부의 서비스들은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제3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하기 곤란한 것들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들은 대부분 본부에서 행하고 있으며, 일단 본부의 기능에 대한 이러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나면 다국적 기업은 기술과 마케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지역에서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특징은 국제조세 정책에 있어 투자재원의 배분보다 다국적 기업 본부의 국내 유치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해외 다국적 기업의 본부를 국내로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기업의 해외유출을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해외직접투자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아예 방향을 전환해 해외 직접투자 소득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