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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2009 소득세제 개편안에 대한 일고

몇주전 금년도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서민 보호, 민생 안정, 세원 확충 등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고소득 근로소득자에 대한 증세 조항이 필자의 눈길을 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데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여, 경제활력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 각종 감세가 이루어졌다. 성장잠재력 배양 및 세출확대를 통한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당면과제에 충실하다 보니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년도 세제개편안에서는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화 노력이 긴요하고, 그 일환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서 1억원 이상 근로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 축소 및 그들에 대한 근로소득세액공제 폐지가 제안되어 있다. 2000년대 이후 억대 연봉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과표 8천800만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들이 수만명에 이른다. 필자가 어림잡아 추산해 볼 때 공제 축소 및 세액공제의 부분적 폐지를 통해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세수증대가 예상된다.

 

이런 개편은, 정치적으로는 그동안의 '부자감세' 기조라는 비판의 완화와 함께, 재정건전화를 위한 재정확충의 의미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세부담의 수직적 형평성 차원에서 볼 때, 중·저소득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는 세부담을 증대시키지 않는 한편,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소수의 고소득근로자를 정책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세부담의 누진도 및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화라는 의미도 지닌다.

 

이상의 효과만을 놓고 보면 고액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는 긍정적인 효과만 나타내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효과도 작지 않다.

 

첫째, 근로소득공제율 축소에 따라 고액연봉자들의 노동공급 및 생산 감소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액연봉자들은 노동생산성이 높다. 따라서 근로소득공제율의 축소는 한계세율을 높이고 세후소득을 감소시켜 노동공급을 감소시킨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만큼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저해효과도 작지 않다. 다만 단기적으로 노동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당장에는 생산이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부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2008년말의 세법개정을 통해 2010년부터 소득세율 인하가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그 효과까지 포함하면 부정적 효과는 크게 부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세율인하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생산증가 가능성이 사라지게 됨은 물론이다.

 

둘째, 세부담의 수직적 형평 차원에서는 문제의 소지를 일부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행 세제는 근로소득에 대해 인적공제, 특별공제, 근로소득공제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인적공제와 제한된 범위내에서의 표준공제 등 소득공제를 제한하고 있다.

 

정보가 부재하여 정확한 수준을 알 수는 없지만 필자가 추산해 본 바로는 사업소득자들의 사업소득신고율은 60%대 중반∼70%대 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근로소득포착률이 이보다 훨씬 높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른 소득세 부담의 불공평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후자에 대해 낮은 수준의 소득공제를 허용해 주고 있다.

 

근로소득에 대해 훨씬 높은 수준의 소득공제를 허용해 준다고 하더라도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양자간의 세부담 격차가 축소되고 종국적으로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고액사업소득자들은 여전히 소득 중 작지 않은 비율로 소득을 탈루하는 데 비해 고액근로소득자의 경우에는 일정수준 이상으로는 소득공제가 늘지 않는다. 필자가 추산한 바로는 7∼8천만원 이하의 소득수준에서는 근로소득세 부담이 훨씬 가볍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소득수준에서는, 근로소득자에 대한 폭넓은 소득공제 허용에도 불구하고 세부담의 역전현상이 나타나 고액근로소득자가 고액사업소득자보다 세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된다. 고액연봉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율이 자영사업자들의 소득탈루율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양자간의 세부담 역전현상은 더욱 확대된다.

 

다른 측면에서의 문제를 논외로 하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상호간의 세부담 형평성을 논한다면, 사업소득포착률을 대폭 높이거나 또는 근로소득에 대한 최고근로소득공제율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소득포착률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고액근로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율을 높여 주어야 양자간의 세부담 공평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년도 소득세제 개편안은 이와 반대방향으로 개편되어 세부담의 수평적 형평문제와 더 큰 괴리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적용 대상자들이 억대 이상의 고액연봉자인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더라도 이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과, 경제적 지도층으로서 Noblesse Oblige에 대한 사회적 인식 증가로 인해, 세부담의 수평적 불공평 확대라는 문제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인 세법개정안이 포괄하고 있는 내용 가운데 필자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상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대상자들이 수적 소수인 고액연봉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숫자가 많고 적음을 떠나, 소득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정도의 차이가 다소 있을지언정, 문제가 무엇이며 해결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동일하게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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