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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내가 하면 괜찮고(투자·절세),니가 하면 나쁘다(투기·탈세)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가 연애를 하면 로맨스(Romance)고, 니가 하면 불륜(不倫, Scandal)이 되며, 내가 하면 충고가 되지만 니가 하면(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잔소리(비판)가 된다는 식이다.

 

또 내가 부동산(아파트나 토지 등)을 사면 흔히 말하는 재산의 삼분법(三分法)에 입각한 투자(投資,Investment)라고 생각하지만 남이 부동산을 사면, 한 건 하려는 투기(投機.Speculation)로 보는 경향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처럼 질시하는 마음으로, 그 동기를 순수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체적 대가 없는 돈(세금, 공적 부담 등)은 적게 내려는 본능이 있어서 가능하면 그 부담을 줄이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세금의 경우, 남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수입(소득)에 대해서는 아예 세금을 안 내려고 하고, 드러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출(비용)을 많이 한 것으로 해서 세금을 줄이려고 하는 것 등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지는 절세(節稅)라고 생각하고 남이 할 때는 법을 위반하는 탈세(脫稅)라고 한다.

 

또 한편 민주주의 국가는 여당, 야당이 있기 마련이고 여당이 주도적으로 정치를 해 나가는 것이며 야당은 일반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작년까지 여당을 해오던 정당이 그 비판이 지나쳐서 비민주적인 주장을 하면서, 오히려 그 여당과 그 대통령이 독재를 한다고 몰아 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말하자면 자신들이 할 때는 민주주의였는데, 이제 상대편들이 하는 것은 독재(獨裁)라는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현상들은 모두 '내가 또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이기적인 판단과 욕심에서 비롯되고 공동의 목표나 이익을 생각하지 않으며 화합하지 못하는 탓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는 국민성, 역사적 전통과 정치적 수준 탓이라고 하겠으나 그 중에서 절세인지 탈세인지를 구분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확실히 하는 것은 국세청의 기본적인 임무이다.

 

그래서 조사대상자의 공정한 선정과 조사절차 그리고 추가하여 세금을 물리게 되는, 절세인지 탈세인지를 가려내는 문제들에 대하여 국세청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혁하고자 노력하여 온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들이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오해)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와 투기 등의 문제는 민간분야의 경제활동에 속한 것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예 국세청이 가려내야 할 또다른 기본 업무처럼 되어 있다.

 

'88년(서울올림픽 개최의 해)에 올림픽선수촌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 우려가 있었으므로 거청적(擧廳的)으로 그 자금 출처 조사를 벌인 것이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기문제를 다루는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당시 필자도 서울의 어느 세무서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매매거래의 조사과정에서 교육자 등 알만한 지식인들조차 중간전매자(투기혐의자)들을 감싸(보호하)는 진술 때문에 애를 먹은 기억이 새롭다.

 

꼭 옛날 이야기에서 상처를 입은 사슴을 숨겨주고 포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서로 동지애를 발휘하며 국세청(포수와 비유)을 따돌리는 것은 자신(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경제행위(투자)였다고 생각하는 탓이었을 것이다.

 

건전한 국민경제의 운영에서 부동산의 투기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처방 중에 금융권의 자금 공급(대출) 체제(DTI, 총 부채비율상환비율 등)와 함께 국세청의 투기혐의 조사 등이 효험이 있다는 평가이므로 얼마전에 시작한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거래의 자금출처 조사 등과 같이 앞으로도 적절한 타이밍에 능률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요즈음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IT기술과 이에 따른 홍수 같은 정보화, 모든 분야의 체제 정비로 예전같이 무턱대고 '내가 하면 괜찮은 투자 또는 절세'가 통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국세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모두들 새 청장이 부임한 국세청의 새로운 개혁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니 독재니 하는 주장 등이 '니 내가 없이' 객관적·합리적으로 평가되는 신뢰와 화합이 바탕을 이루는 사회 분위기로의 전환이 소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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