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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소득세·법인세율 인하 연기 논쟁에 대하여

정부는 지난 8월25일 금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였다. 민생안정, 지속성장, 과세정상화,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네개의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그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개편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논란이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인하 계획의 시행 연장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2008년 세법개정을 통해 2009년 이후 3년에 걸쳐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순차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확정지었는데, 이에 대해 재정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시행을 연기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여 계획대로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공약사업으로 감세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 정책은 당초에 정부 지출의 축소와 짝을 이룬 것이었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되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여 민간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비효율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평가되는 공공부문의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정책의 목적이었는데, 미처 실시하기도 전에 경제위기가 발생하여 재정 지출의 축소가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재정 지출의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감세정책은 재정 지출의 확대와 함께 확장적 재정정책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재정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당분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부담 인하가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되었다. 실제로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꺼리는 상황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감세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인하하되 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하며,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 인하를 먼저 실시하고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율 인하는 나중에 추진하는 것으로 감세 일정을 확정하였다. 이후에도 감세정책의 연기 주장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인하계획 연기와 관련하여 필자는 현시점에서 두가지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불황이 언제 끝날지 빛이 보이지 않던 2008년과 달리 금년도에는,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머지않아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즉,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여 막연하게 투자를 연기하던 것과는 달리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율의 인하는 기업의 투자를 포함한 민간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작년과는 달리 금년도에는 민간경제 활성화와 단기적인 재정건전화 중 어느 것을 우선할지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정부는 민간경제 활성화를 우선 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도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재정적자가 문제라면 다른 정책수단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 재정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견해 중의 하나는 동일한 조세수입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법인세나 소득세보다는 소비세가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더 우월하다는 점이다. 법인세나 소득세는 투자와 노동공급 및 수요를 변화시킴으로써 생산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정 적자가 유일한 문제라면 이미 제시된 법인세, 소득세 인하 일정을 연기하기보다는 일정대로 실시하여 경기회복을 촉진시키고 경기회복후 조세수입 추이를 검토해 장기적으로 적자에서 벗어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소비세율 인상 등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다른 방법으로 세수입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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