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의 국민 남동생 박태환 선수가 수영세계선수권대회에서 꼭 1년전에 자신이 금메달을 딴 종목을 포함해 모든 종목에서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 소식을 접하고 우리 모두는 크게 실망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전체 성적이 10등 이내의 스포츠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수영에 있어서는 메달은 커녕 예선 통과도 못했는데, 작년 북경에서 핵심 종목이라 할 자유형400m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우리 국민 모두가 흥분하고 그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던 것이다.
그런 박 선수가…. 그 어린 나이에 너무 별안간에 영웅이 돼서 주변 여러 사람들의 갈등, 매스컴의 띄우기,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박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분발해서 다음…"했으니 이제 두고 볼 일이다.
초심(처음 마음먹은 대로)을 지키는 것은 여러가지 크고 작은 인생사에서 아주 중요하고 또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하게 될 때 주례 말씀의 공통의 골자는 "오늘 먹은 마음을 변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아껴주고"지만, 요즘 3년내 이혼율이 25%에 가깝다고 하고 살아도 할 수 없이 산다는 부부도 얼마나 많다는지.
일반 상거래에서 어떤 제품(자동차 등)들이 첫 출시(흔히 첫 물)에는 좋았는데 그후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 어느 식당이 "개업시에는 맛도 있고 서비스가 좋고 가격도 쌌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이제는…" 하는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다.
처음의 마음, 초심을 지키지 못하는 탓이다.
정치인들 중 초심을 지키고 중심을 유지하며 뒷마무리를 잘한 분들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재선 임기를 마칠 무렵 3선 권유(황제로 등극하라는 일부 의견도)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건국 초의 어렵고 혼란스런 미 연방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민주주의의 전통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초심으로 이를 사양했고, 이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근래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인 넬슨 만델라(1918∼)는 27년간의 옥중생활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에 취임해 용서, 포용과 화해를 실천하는 등 놀라운 업적을 남기고 단기(4년)의 임기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그는 흑인, 백인 모두의 열화같은 재임 요구를 사양했으며 그 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국내외의 존경받는 지도자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남아연방지역을 식민 지배를 하던 영국의 하원의원들의 투표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2·3위는 대처, 처칠 수상)으로 뽑혔으며, 어느 인터넷 투표에서는 당당히 세계의 대통령으로 선정된 것은 그가 살아있는 성인처럼 용서와 화합의 초심을 굳건히(중심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도 걸출한 업적(건국과 내전에서의 국가유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남겼지만 권력에의 집착(등)이라는 덫에 걸려 정말 존경받는 대통령의 반열에 이르지 못한 듯해 못내 아쉽다.
외국의 또는 대통령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휘관들도 순수하고 진지한 초심(初心) 그리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중심(中心)과 이를 마무리하는 뒷심이 필요하다.
얼마전에 주목을 받으며 국세청장에 취임한 백용호 청장은 국세청의 개혁과 발전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으라고 생각된다.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 여러가지 개혁 중에 가장 민감하게 평가받는 부분이 인사(人事)가 아닌가 싶다.
필자의 국세공무원 경력에서 개인의 신상에 중요했던 인사(진급 등)는 새로운 청장이 부임해 첫번째 또는 초기의 인사였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국세청장들이 처음 부임하면 무언가 주름진(잘못된) 부분을 피려는(시정) 의욕(초심)을 갖고 개혁의 노력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안팎의 개인적·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얽히고 현실과 타협하는 마인드가 커지게 되면 초심을 유지 못하고 중심이 흔들리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경우가 됐던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외부에서(21년만에) 특별히 영입된 청장이니만큼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여러가지 개혁에 성공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우리 대통령, 국세청장, 국회의원 등 우리의 대표선수들이 그들이 초심을 유지하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잘못하다가 국민 여동생 김연아, 역도의 호프 장미란 선수 등도 초심이 퇴색해 중심(두 종목에 이것이 아주 중요한 요소)을 잃게 되어 뒷심을 발휘 못할까 걱정이다. 공연한 노파심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