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내국인 또는 내국 기업에 귀속되는 해외 발생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해외소득에 대해 아예 과세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해외소득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이다. 전자는 원천지 과세원칙, 후자는 거주지 과세원칙이라고 부른다.
원천지 과세원칙은 투자자금의 진원지가 어디인지에 불문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므로 자금의 원천에 대해 중립적(CIN)이다. 한편 거주지 과세원칙은 어느 곳에 투자됐는지 관계없이 동일한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세금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자본수출 중립적(CEN)이다. 세계 경제의 효율성 관점에서 볼 때 자본은 세부담과 관계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역에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일본, 영국과 같이 국제 자본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거주지 과세원칙을 선도했으며, 우리나라도 거주지 과세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대부분 적어도 명목적으로는 거주지 과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 현황을 보면 원천지 과세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조세피난처는 물론 OECD 국가 중에서도 상당수가 일찍부터 원천지 과세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적극적 사업활동을 통해 취득한 해외 소득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거주지 과세를 면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거주지 과세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해 온 일본은 2009년 초에 적극적 사업활동을 통해 얻은 국외소득에 대해 일본에서의 소득세 과세를 면제하는 규정을 도입했으며, 영국에서도 그러한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의회내 조세위원회(JCT) 등 의회와 정부의 자문기구에서 국외 소득에 대한 면세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에서 원천지 과세제도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일본에서는 해외에 누적된 일본인(기업) 소득의 국내 환수를 원활하게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인(기업)이 해외에 회사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사업활동을 하여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그 소득에 대해 일본은 발생 즉시 과세하지 못하고 해외의 회사가 일본의 주주에게 소득을 배당했을 때 비로소 일본인(기업)에게 귀속되는 배당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의 투자자들은 해외소득을 일본으로 환수하지 않고 현지에서 재투자하거나 달리 활용함으로써 일본의 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 해외에 유보된 자본이 상당히 많으며, 그 자본이 일본으로 들어와 투자되거나 달리 활용된다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판단이다.
둘째, 미국과 영국에서는 해외소득의 환수 외에도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자회사의 소득에 대해 현지에 세금을 납부하고, 해외소득이 미국으로 환수되면 미국세액과 현지 세액의 차액만큼의 소득세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 인접한 캐나다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해외 사업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면세하므로 미국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캐나다, 프랑스, 또는 독일 기업과 경쟁하는데 불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원천지 과세제도도 몇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비해 해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유인을 갖게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바람직한 정책방향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며, 특정 국가의 정책을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와 같은 정책을 추구했던 다른 국가들이 모두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도 지금까지의 정책을 재평가해 보고 방향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