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을 넘는 국세청장의 부재(不在) 끝에 드디어 국세청장 내정자가 임명되고 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새 국세청장 내정자는 국세청 내부(廳長代行이었던 次長 등)의 정통파이거나 직업공무원인 세(稅)자 경력자(관세청장, 조세실장 등)가 아닌 의외의 인물이었다.
역시 오래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누군가의 소감처럼, 함께 발표된 검찰청장 내정자와 함께 깜짝인사(序列破壞라는 관점)가 됐다.
국세청의 발족(1966년3월3일)이후, 그 얼굴이었던 국세청장들의 면면(面面)을 청장열전(廳長列傳)이라고 부른다면 지금까지 43년의 꼭 절반이라고 할 1988년 3월까지(22년)는 1대에서 3대까지 직업군인 출신 청장 들이, 그 중간에 내무부 출신 민간 청장(4대)이 부임했다가 다시 군 출신 실세 청장 두분(5·6대)으로 이어진 외부영입(Outsider) 국세청장들의 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후(1988월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21년은 세무경력을 두루 거친 직업공무원들(주로 행정고시 출신)이 국세청장들(10명)의 맥을 이어 나가 전문가, 직업공무원 국세청장의 시대가 지속돼 왔다.
그런데 이런 바람직한 전통이 깨어지고 다시 20여년 전으로 후퇴하는 듯, 국세행정과 인연과 경력이 전혀 없었던 의외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국세청의 인사이더(Insider)들의 자업자득(自業自得)으로 초래된 상황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국세청 역사에 없던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최근의 국세청장 두사람은 이미 형사사건에 연루돼 처벌됐고, 바로 직전의 국세청장도 석연치 않은 일에서 자유롭지 못해 자주 언론에 회자됐으니 일반 국민들의 의식 속에 "국세청장들이…"하는 부정적 인상이 자리잡게 됐으리라.
그러니 "그 내부(In-side)의 식구들에게만 맡겨서는…"하게 된 것이고 인사권자(대통령)가 국세청의 분위기를 일신(개혁)하고 국세행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청장 임명에 오랜 기간을 고심한 끝에 결국 그 인재(人才)를 밖(Out-side)에서 선택하게 된 것이 그간의 경위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국세청 본청 등에서 외부 영입 청장들(3대∼6대)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근무한 경력이 많은 편이어서 퇴임 후엔 그간의 경험(뒷 이야기)들을 정리해 책(국세청사람들, 2001년)으로 발간한 바 있다.
외부 청장들은 대부분 처음 취임시에는 국세청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이미지(先入觀 등)을 갖고 출발하곤 했다.
어떤 청장들은 마치 점령군 사령관처럼 지나칠 만큼 과감하고 의욕적으로 인사, 조직, 행정의 틀을 바꾸려고 하였다.
"그러니까 세무공무원이 욕을 먹지. 모두 정신차려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 하는 식으로 밀어붙여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다가 차츰 세무행정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잘 감당해 가는 세무공무원들의 능력과 노력들을 확인하면서는 자신(청장)들은 따로 서서 비판과 질책을 하던 입장에서 가까이 함께 하는 세무공무원이 되어 갔던 것이다.
정부 내의 어느 부처 공무원보다 우수하고 상황판단에도 능한(소위 주변이 있는)세무공무원들을 신뢰하고 함께 국세행정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번에 임명된 국세청장 내정자도 그 일성(一聲)으로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다. 여러가지 원인 등 상황을 잘 판단해서…전문분야가 아니라도 국세청장을 잘 해 보겠다"는 신중한 소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20여년 전의 청장들과는 다르게 외국에서도 공부(학위)를 하고 대학강의 및 사회활동 경력도 적지 않으며 이 정부에서 벌써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어려운 자리에서 관록을 쌓은 분이기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최근에 시련을 겪고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입은 국세청이 이 기회에 그 면모를 일신하고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부정·불공정하거나 비능률적인 사례들과 무사안일한 정신자세들이 이제 새로히 등장하시는 청장과 더불어 크게 달라지고 한 걸음 더욱 성숙해지는 국세청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 모두가 성실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과 함께 한 때 국세청의 인사이더(Insider)였던 선배들의 여망(輿望)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