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고소득에 자영업자가 아니면서 종교가 없는 30~40대 남성 위험선호자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명호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납세자연합회와 한국조세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세제발전과 납세자권익 향상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 연구위원이 주제발표한 '납세의식 분석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의 만 25세~64세 일반 국민을 무작위로 추출해 총 2천339명(취업자 2천135명, 실업자 204명)에 대해 성실납세의향, 납세순응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 납세의식 수준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 성실납세의향 지표는 100만점에 평균 67.2점으로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 정도는 성실납세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성실납세의향 지표가 전체 평균보다 낮은 평균값을 가진 계층은 고소득, 고학력, 비자영업자, 무종교자, 위험선호자 및 30대와 40대, 남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봉급생활자의 성실납세의향이 낮은 것은 세원이 투명하게 공개됨에 따라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가상적인 납세상황 속에서 30~40대 봉급생활자가 보인 높은 납세비순응행위도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소득·고학력 및 30~40대의 남성 봉급생활자를 우선적으로 납세의식 향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설문조사에서는 또한 '지난 3년간 소득이나 매출을 누락하거나 계약서를 왜곡해 탈세를 한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10명 중 9.6명 정도가 소득을 축소신고한 경험이 없다고 답한 반면 가상 상황에서는 '탈세를 할 것이냐'에 대해 70%가 '탈세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실제로 납세순응행위를 결정할 때 탈세행위에 대한 적발·처벌 및 세원투명성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으로 순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이런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탈세행위에 대한 발각이나 처벌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상의 납세상황을 설정한 가상 납세순응행위 지표의 점수가 겨우 30점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원투명성을 높이는 정책과 세무조사의 비율 확대 및 처벌 강화가 성실납세의향이 낮은 계층의 정직한 세무보고 및 납세를 유도하는 데 필요하다"며 "고소득, 자영업자, 40대 계층이 이 지표의 전체 평균보다 낮은 평균값을 갖는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이들 계층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소득수준·학력·근로형태 등의 외생변수를 통제하고도 성실납세의향은 납세순응행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이며, 가상 납세순응행위에서 성실납세의향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상 납세순응행위에서는 주관적인 의향이 중요하나 실제 납세순응행위에서는 직업 환경이나 소득수준 등 다른 외생변수의 영향이 성실납세의향의 영향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심태섭 단국대 교수는 "굉장히 좋은 시도이며 앞으로 계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처음 시도하다보니 실제시도와 가상시도의 차가 커서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직하게 세금을 낼 생각이 있으십니까' 등 구체적으로 설문의 내용이 윤리적인 내용이 많아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스'로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 있다"며 "설문 항목을 다듬을 필요가 있으며 척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납세순응도가 67%, 실제순응지표가 97% 등으로 너무 높게 나왔다"며 "2005년 납세의식은 39%, 2007년 32%였는데 현재는 47%로 나와 납세의식이 획기적으로 올라간 근거 등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