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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부동산 투기 조짐?

미분양 아파트 재고가 1993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투기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투기가 나타나기만 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기획재정부장관의 단호한 발언이 있었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투기와 투기자들을 잡아내는 노력을 기울였건만 아직도 그 투기의 뿌리가 뽑히지 않은 모양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자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히 머리를 쳐드는 투기조짐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무엇을 투기라고 해야 하는가를 잠깐 생각해 보자. 투기라는 말이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과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거의 모든 가격상승현상을 투기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모두 투기이고 나아가서 악(惡)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동산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경기활황과 통화 공급의 증가로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적인 인플레 상황에서 부동산의 가격도 올라가는 경우이다. 이것은 투기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며 부동산의 실질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는 투기억제대책보다는 금융긴축 등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억제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하나의 상황은 수급의 불균형 때문에 나타나는 부동산 실질가격의 상승이다. 이러한 유형의 가격상승은 대개 특정지역이나 특정유형의 부동산가격 상승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문제를 조세나 금융수단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효과는 작고 부작용은 크게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에서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거나 희소한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은 억제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부동산의 공급이 보다 탄력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나 여건을 개선하는데 힘쓰는 것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의 투기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대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원유나 금속 등 다양한 상품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투기를 합리적이고 자연스런 시장현상의 하나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투기행위는 시장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황당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진짜 투기'현상이 산발적으로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당국이 싸워야 할 주적은 바로 이러한 진짜 투기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투기는 소위 작전세력에 주도되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세력이 사용하는 투기자금과 그러한 작전에 편승하거나 말려 들어가는 '투기꾼'들이 있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소위 대기성 자금 혹은 부동자금이라고 하는 것이 이 투기꾼들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자금이다. 이러한 자금이 풍부하면 특별한 작전세력이 없이도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거품이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불완전한 정보 또는 거래과정의 불투명성 등이 이러한 투기를 도와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투기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이다.

 

우선, 이런 투기를 뿌리뽑겠다고 많은 정책당국자들이 여러가지 비방을 사용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장을 완전히 죽일 생각이 없다면 어느 정도는 이러한 현상과 공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금리인상이나 보유세의 강화 등 경제주체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일반적인 정책은 이런 경우에는 지양되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부동자금이 과도하게 쌓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핫머니의 동향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것, 거래과정의 불투명성이 극소화되도록 노력하는 것 등이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부동산의 경우 중개제도의 꾸준한 개선, 등기의 의무화, 실명제 등은 투기의 확산을 막는데 기여해 왔다고 본다. 세제 측면에서는 보유세보다는 단기에 발생하는 고율의 양도차익에 대해서 중과세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1가구 다주택, 특정지역, 특정규모 등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는 실제로 투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단기'와 '고율' 그리고 '중과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연구가 있어야할 것이다.

 

지금은 자산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짜 투기'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지금 충분히 연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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