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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국세청의 세무조사 면제발언 남용에 대한 유감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 관련 발언이 잦다. 예를 들면 녹색성장산업, 고용창출기업, Job-sharing 및 Work-sharing 기업, 무급휴직 합의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경제상황이 어려우니 세무조사라도 면제를 하면 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앞뒤가 바뀐 느낌이 든다. 국민경제에 대한 걱정은 국세청이 아니어도 할 부처가 많이 있다. 반면 세금 부과는 국세청이 아니면 안된다. 국민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터인데,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인가?

 

'국세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관한 대통령령' 제3조를 보면 '국세청은 내국세의 부과·감면 및 징수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하고, 감면을 받은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를 하며 세금을 거두는 기관이다. 학생이 공부를 하듯, 국세청의 주된 일은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세입금액 중 세무조사를 통해서 추가적으로 얻는 금액은 전체 세수에 비해 3% 미만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세무조사를 통해서 추가적으로 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이다 일거리 창출이다 뭐다 해서 기업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안 한다면, 과연 조세공평부담의 원칙은 어디에 설 자리가 있겠으며, 누구인들 성실하게 신고하려고 하겠는가?

 

국세청은 태생적으로 납세자와는 거리(?)가 있는 행정기관이다. 국세청장이 부정에 연루됐다고 해서, 국민 누구도 국세청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국세청을 통해서 세금을 거둬야 나라가 운영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업무 성격상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살갑게' 다가갈 수 없는 기관이며, 가능한 한 기피하고 싶은 기관이다. 세무서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세무서 자체가 풍기는 '성격'이 그렇다는 것이다. 검찰청이나 경찰청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본연의 업무는 포기 또는 방기를 한다면 과연 그게 정도(正道)일까?

 

국세청이 해야 될 일은 매우 단순하다. 법률의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납세자에게 친절하고 부정을 하지 않고 가능한 한 징수비용을 절약하면 될 일이다. 국민들이 여기서 더 뭘 바라겠는가? 언론에 그리 자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도 국세청의 존재 필요성 인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국세청 업무에 그리도 많은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아도 국세청이 딱딱하고 힘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납세자들은 세무공무원이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부정과 부패의 사슬고리에서 멀어져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세자들의 불만은 상대적인 박탈감일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사업자들이 세무신고를 정직하게 하지 아니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공언을 하고 있으면, 앞으로 누가 정직하게 신고를 할 것인가?

 

납세자의 입장에서 국세청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좀더 친절하고 공평한 세정을 펼치며 탈세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서 조세부담을 공평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선심을 쓰듯 세무조사 면제 운운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것이다.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의무사항이지 선택사항은 아니다. 불성실하게 신고했거나 악의의 탈세자에 대해서는, 그 기업이 설혹 녹색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일지라도, 국세청은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하고 탈루세액을 추징해야 하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서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그 주된 업무이다. 그래야만 국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세무조사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뭔가 지나친 느낌이 든다. 이를 좀 과장해 표현하면, 한참 공부해야 할 학생이 가정에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공부는 하지 아니하고 취업하겠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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